[이뉴스투데이 박예진 기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직접 바코드를 찍고 물건을 구매하는 게 익숙해진 시대가 왔다.

올해 초 동네에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이 하나 생기더니 몇 달 전에는 무인 가정간편식(HMR) 가게가 문을 열었다. 아이스크림·HMR뿐만 아니라 커피 등을 무인으로 판매하는 가게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무인매장 붐이 일어난 배경에는 고정비 절감이 있다. 초기 창업 비용이 일반 매장보다 높지만, 천정부지로 솟은 임대료와 매년 오르는 인건비 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무인화 바람이 본격 불었던 것은 2018년 최저임금이 16.4%가량이 오르면서부터였다. 이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무인화 열풍은 가속화됐다.

향후 2~3년 내에는 모든 업종에서 무인화가 이뤄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인화 이전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로 소비자가 물품을 계산하는 일 등에 익숙해졌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햄버거나 분식 프랜차이즈에서 키오스크 앞에 길게 늘어선 인파를 보면 익숙해진 사람은 분명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노령층이나 시각장애인 등이 그 예다.

지난달 참여연대와 9개 장애인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할 무인 시스템이 시각장애인에게는 또 다른 차별과 배제의 장벽이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패스트푸드점, 아이스크림 전문점, 무인편의점 등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소리 없는 벽을 두드리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난 4∼6월 서울 시내 공공·민간 키오스크 245곳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키오스크가 시각 장애인에게 화면을 설명해주는 음성지원 기능을 갖추지 않았거나 갖추었더라도 이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디지털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령층도 무인화 매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65세 이상 노인 245명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거래 시 불편한 점을 설문조사한 결과, ‘복잡한 단계’가 51.4%로 가장 많았다. 이어 ‘뒷사람 눈치가 보임’이나 ‘그림·글씨가 잘 안 보임’ 등이 뒤를 이었다.

누군가에겐 편리한 무인화 시스템인 키오스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장벽이 되고 있다.  

장벽을 부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키오스크에 음성지원을 추가하고 구매 단계를 기존보다 더 단순화하고 키오스크 옆에 도우미 1~2명을 두는 운영 방식 등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기업은 마땅히 장애인·고령층 역시 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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