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SM그룹 회장. [사진=SM그룹]
우오현 SM그룹 회장. [사진=SM그룹]

[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SM그룹이 11년 만에 쌍용차 인수에 재도전하면서 그 중심에 서 있는 우오현 회장의 의중에 초점이 집중되고 있다. ‘인수·합병(M&A)의 귀재’라고도 불리는 우 회장이 쌍용차를 인수하려는 실질적인 의도가 무엇인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쌍용차 인수전에는 모두 9개 후보가 매각 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 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미국 HAAH오토모티브의 한국 법인인 카디널원모터스 등이 주요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다.

EY한영회계법인 측은 심의 절차를 거쳐 오는 9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10월 매각가격 협상을 거쳐 11월경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인수 가격 1조원 넘을 듯…“자체 보유 자금 활용”

SM그룹의 이번 쌍용차 인수 시도는 두번째다. 앞서 SM그룹은 쌍용차가 매물로 나왔던 지난 2010년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인수전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당시 인도 자동차회사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최종 인수했다.

하지만 이후 인도 마힌드라는 쌍용차 17분기 연속 적자를 낸 끝에 경영정상화에 실패한 반면 SM그룹은 11년 만에 10조4500억원의 자산 규모를 지닌 재계 38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5조원과 2000억원 내외에 달한다. SM그룹의 이번 쌍용차 인수전 참여는 이러한 그룹의 성장과 이로 인한 자신감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초미의 관심사는 이번 쌍용차 인수에 필요한 자금 규모다. 업계에서는 약 3900억원에 달하는 쌍용차의 공익 채권과 향후 운영비 등을 포함해 1조원 이상으로 해당 금액을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SM그룹의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우 회장은 “인수 자금을 외부에서 무리하게 차입하기보다는 자체 보유 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대출이나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그룹 스스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9월이나 10월 주력 계열사인 SM상선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확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쌍용차 인수 주체가 SM그룹이 아닌 SM상선이 되면서 상호출자제한 규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 딜레마다.

이밖에 그룹 내 현금이 부족할 경우, 자산을 일부 매각해 보유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계열사 삼라가 보유한 지역 지상파 ‘UBC울산방송’ 지분 30%를 SM그룹이 조속히 매각하려고 하는 행보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다만 매각가가 200억원대로 추정돼 쌍용차 인수 자금 규모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SM그룹은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다른 경쟁후보에 비해 자금 동원 능력에서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비교적 안정적인 자금 규모를 기반으로 한 SM그룹의 참여로 인수전이 한층 흥미로워졌다”며 “그동안 자동차 부품 계열사를 운영하는 등 쌓아 온 나름의 노하우가 효과적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유관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경영정상화 험난 예측

SM그룹이 이번 인수전을 통해 쌍용차를 품에 안게 되면, 유관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범퍼 등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남선알미늄과 자동차 내장재를 생산하는 SM화진, 강판 제작을 주력으로 하는 SM스틸이 꼽힌다. 또한 화학섬유업체 티케이케미칼과 전기배터리업체 벡셀도 완성차 생산과 연관성이 있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우 회장이 이번 인수전에 재도전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쌍용차의 성장·발전에 대한 비전에 앞서 일부 계열사와의 협업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시각이다. 계열사 상당수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부실기업으로 전락하던 중 SM그룹이 자금력을 앞세워 인수한 기업들로, 이 가운데 완성차업체와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는 회사들도 존재한다.

이와 더불어 디젤 차량과 SUV가 주력 차종인 데다 차별화된 기술력도 사실상 전무한 쌍용차의 특성상 조기에 자체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한다.

물론 우 회장은 향후 전기자동차 시장에까지 진출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비쳤으나 이는 장기간 마스터 플랜이 필요한 사안으로 해당 전문인력과 기술·시스템 노하우를 충분히 확보해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쌍용차 인수 확정 후 경영정상화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는 데 있다. 자금 조달 문제뿐만 아니라 회생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필요하며, 특히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시 노조와의 불가피한 마찰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도 관건이다.

어쩌면 쌍용차 인수가 SM그룹이 한 단계 도약하거나 반대로 쇠퇴할 수 있는 갈림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잇따른다.

SM그룹 관계자는 “이번 쌍용차 인수전 참여는 그룹 차원에서 제반 사항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한 사안”이라며 “인수 후 당면 과제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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