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중 교수
現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사단법인 대한부동산학회 이사장
現 사단법인 한국부동산융복합학회 회장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사업 중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 신도시 후보지에 100억원대 토지를 투기성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된 ‘LH 사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과 맞물려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LH에 대한 국민 공분이 확산되자 정부는 LH에 대해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 혁신’을 언급하고 조직혁신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LH 사태가 발생한지 3개월 후인 지난 6월 7일 정부는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LH 혁신안 주요 내용은 △투기재발방지를 위한 통제장치 마련 △주거복지 및 주택공급 기능을 제외한 비핵심기능 분산 및 인력감축 △퇴직자 전관예우 갑질 행위 등 고질적 악습 근절 △LH의 방만 경영 관행 개선과 경영평가로 성과급 환수 등이다. 

하지만 LH의 기능 분할과 조직 개편에 초점을 맞춘 혁신안이 LH 사태를 일으킨 본질인 내부비리의 척결과 방만 경영으로 인한 만성 적자를 해결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이미 총자산 185조원에 이르는 거대 조직인 LH 구조개혁에 있어서 현재 드러나는 현상만 해결하는 방법의 접근은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결국 LH의 구조개혁의 시작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LH의 고질적 문제점은 최근 발생한 전·현직 임직원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은 물론 2020년 기준 129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 문제 역시 공사합병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였다. 2009년의 LH 통합은 1980년대부터 나타났던 두 공사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었다. 따라서 LH혁신은 LH의 독점적 권한의 분산과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성 확보라는 상반된 3가지 문제 인식에서 시작돼야 한다.

첫째, 독점적 권한의 분산 필요성 측면에서 살펴보면 토지의 개발과 주택의 공급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에 LH는 필연적으로 금전적 이해관계로 인한 부정과 부패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번 신도시 개발 예정지 부동산 투기 관련 수사를 확대한 결과, 예전의 1기·2기 신도시 개발에서도 나타났듯 개발정보의 독점으로 인한 부정은 특정 조직에서부터 누설돼 투기가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둘째, 조직 효율성 측면에서 LH의 설립목적은 당시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업무중복을 해소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이후 비정규직과 자회사를 포함한 LH임직원 수는 4500명 증가해 총1만3311명이 됐다. 너무나 거대한 공룡기업이 됐다. 인원이 많은 공룡기업이 됐지만 관리업무가 효율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민첩성, 전문성 등 효율성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셋째, 사업부분에서도 도시개발과 주택공급측면 외에도 주거복지 부문 예산을 9조원 증가시켰다. 따라서 현재 LH가 2009년 출범 당시 실현하고자 했던 목표가 달성 됐는지, 사업 효율성을 위한 조직 효율성은 달성되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혁신안이 LH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지도 실천방안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먼저, 정부가 불법투기근절의 실천방안으로 제시힌 ‘전직원 재산등록’과 ‘준법감시관제’는 공사내부 불법 투기는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외부 제3자의  투기는 막을 수 없다.

인력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면서 고용을 늘려갔다. 그런데 LH혁신안으로 2차에 걸쳐 약 20%인 2000명의 감원을 제시하고 있다. 가정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원바람이 분다면 업무의 비효율성과 눈치 보기 또는 보복성 인사 등 또 다른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 감원이 곧 혁신안은 아니다.

정부는 LH 조직개편 안 중 모자회사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주거복지 부문은 모회사로 하고, 토지 및 주택개발사업은 자회사가 맡아 자회사의 개발이익을 모회사에 배당하여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모회사는 수익모델 없이 토지개발, 주택분양사업 등을 수행하는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으로 운영하게 된다. 문제는 한 지붕 두 가족이 된다고 비리를 척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자회사 수익요소가 줄고 공공임대주택수가 증가해 주택관리 등에서 더 많은 손실이 발생하게 될 경우 모자회사 모두 재무적으로 부실해 질수 있다. 이 경우 공적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해체 수준의 LH 혁신안이 나오게 된 직접적 배경에는 LH가 각종 법률에 따라 토지개발사업을 수행하는 가운데 일부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활용해 개발예정지역에서 불법 부동산 투기행위를 벌여 국민적 공분을 산 데 있다. LH의 공정한 운영과 경영성과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LH가 두 개의 공사로 나눠져 있을 때부터 있었다.

자산규모 185조원의 거대한 조직의 고질적 문제를 단시간에 몇 가지 방안만 갖고 해결할 수 없겠지만, 현재 논의 중인 혁신방안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코자 한다. 

첫째, 토지개발 과정에서 투기방지를 위한 토지보상기준일의 개선이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행위를 줄이기 위해선 토지보상기준일인 사업인정고시일 기준으로 보유기간에 따라 차등 보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계획단계에서부터 단기보유자에게는 실거래가격과 감정평가가격 중 낮은 가격으로 보상을 하고 장기보유지의 경우에는 대토보상이나 이주자택지 등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게 해야한다. 이 경우 LH직원들의 재산등록 없이 제3자 투기까지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거대공룡기업 LH는 사업 영역별로 분리돼야 한다. ‘택지조성’, ‘주택건설’, ‘주거복지(운영관리)’, ‘도시재생’의 4부문으 재구성돼야 한다. 이렇게 사업영역을 분리할 경우 중복 업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셋째, 부문간 업무조율과 관리감독은 국토교통부에서 직접 해야 한다. 2009년 LH의 출범 당시 주요 이슈는 조직의 효율성 강화였다. 각 부문을 분리시 부문간 과도한 경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조직간 갈등과 업무효율성 저하의 문제는 국토교통부에서 직접 조율하면 된다. 물론 정보의 공유는 필요에 따라 공유가능하지만 정부가 직접 관리하면 지금과 같은 투기는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넷째, 임금동결과 후생복지 축소 및 감원이 구조조정의 중심이 되면 안 된다. 구조조정의 대상은 조직의 효율성과 비리척결 그리고 LH가 분리되더라도 본래의 업무를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하는 방향으로 국한돼야 한다. 어느 때는 일을 잘했다면서 성과급을 지불하더니 어느 때는 비정규직까지 정규직화 시켜놓고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까지 죄인 취급하듯 감원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인적구성의 효율화를 위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또한 임직원에 대한 철저한 윤리교육 강화와 더불어 재발방지책도 세워야 한다.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사회적 눈높이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특히, 공기업의 구조조정은 누구를 위한 구조조정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LH를 업무 영역별로 분리할 수 없다면 사업영역에 대한 부문별 구조조정과 함께 합리적 운영방안을 내 놓아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안 중 모자회사를 두고 운영을 하거나 내부 부분별 분리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사실상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 혁신’은 아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강력한 혁신안도 아니다. 공사는 운영의 독창성과 자주성을 살리고 공공성과 기업성을 조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공사의 성격상 민간기업이 수익성을 이유로 시행하기 어려운 사업들을 공사가 수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공사가 수행해야 하는 사업의 영역이 너무 많아지게 되면 공사 본래의 사업목적 달성과 멀어지게 된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LH는 ‘주거복지’ 사업부분에 상당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이러한 예산 집행이 다른 부서와 중복되거나 LH 본래의 사업 목적과 부합한지 그리고 기업적 성격에 부합하는 사업인지 한번 짚어봐야 한다. 따라서 감원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기 전에 업무영역별로 완전히 분리 해체하는 것도 강력한 구조 조정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 LH사태로 복잡하고 곤혹스러운 쪽은 정부와 여당일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은 집권당으로서의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적극 나서서 지금 LH사태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신도시 문제부터 원인을 잘 규명하고 문제점을 시원하게 잘 풀어 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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