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개정안의 강행처리에 반발, 한나라당이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이틀 연속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종교지도자들과 사립학교법인들도 이에 반발하고 나서 사학법 개정안을 둘러싼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반대수위와 장외투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사학법 개정안에 대한 찬성여론이 80%를 넘고 예산안처리 및 산적한 민생현안 문제 등으로 인한 따가운 시선 때문에 한나라당의 사학법 문제는 이번 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대규모 장외투쟁 방침에 따라 지난 13일 서울역과 명동 일대에서 규탄집회를 갖고 사학법의 위헌성 및 처리과정의 부당성을 공론화하고 나선데 이어 14일에도 사학법에 항의하는 장외투쟁을 계속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14일 오전 서울 강남터미널에 이어 오후에는 동대문시장 인근에서 대국민 홍보활동을 벌였다. 특히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는 여론이 우호적이지는 않더라도 사학법 반대 투쟁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여론이 어떻든 우리는 멀리 내다보고 후손에게 책임질 수 있는 모습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현재 여론이 나쁜 것은 여당의 기만으로 국민들이 사학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 당 지도부는 특히 소속 의원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앞만 보고 가자고 다독거렸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강경일색으로 나오는 데는 박근혜 대표가 사학법을 궁극적으로는 국가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로 규정, 대여투쟁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장외투쟁 첫날 김수환 추기경 등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공감대'를 확인한 점 역시 당분간 강공기조를 유지하는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종종 `반기'를 들어왔던 일부 개혁성향의 소장파 의원들도 박 대표의 `서슬퍼런' 분위기에 눌려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장외투쟁 기간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당내에서 서서히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국회공전으로 인한 예산심의가 계속 지연되는데 따른 정치적 부담은 고스란히 한나라당이 떠맡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열린우리당은 "15일까지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지자체 내년 예산을 맞출 수가 없다"는 `민생 위기론'으로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박대표 취임이후 `민생'을 제1의 화두로 내세웠던 한나라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장외투쟁 첫날 시민호응이 높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사안을 국가정체성 및 보. 혁 대결의 이념논쟁으로 몰고 가려는 데 대한 당 일각의 부정적 의견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박 대표는 "전교조가 교단을 점령하면 아이들을 세뇌시켜도 막을 길이 없게 된다. 앞으로 교실이 이념과 정치의 투쟁장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교조를 매개로 한 이념논란과 정체성 공세는 한나라당의 이번 사학법 투쟁의 골격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사학법에 대한 투쟁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투쟁 방식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와 관련 당의 한 중진 의원은 "한나라당은 뭐든지 이념으로 끌어들인다. 전교조가 이념 편향성을 보이는 것은 맞지만 투쟁의 초점을 정부 여당에 맞춰야지 전교조를 상대로 한 싸움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재선 의원도 "당이 개방이사회 도입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던 만큼 반미, 친북, 전교조 장악 등 이념 공방으로 몰고 가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도 현재의 싸움 방식이 옳으냐는 의견과 예결위까지 젖혀두고 투쟁해야 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들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는 당 교육위 관계자까지 "이번 싸움은 명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사학법에 대한 당과 국민간의 인식의 괴리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소장개혁파들을 중심으로 이번 장외투쟁이 `잘못된(wrong) 타이밍, 잘못된 장소, 잘못된 이슈'의 결정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내주부터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분위기도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고진화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 "장외투쟁 반대 의원이 과반에 육박한다"며 "사학법을 이념문제와 결부시킨 것은 어불성설이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장외투쟁 전략은 오류"라며 박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16일 시청 앞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당의 기류가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모 언론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여야간 접촉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그 쪽에서 만나자고 하는 상황이 오게 되면 무슨 이유로 왔는지 등을 주시하며 타이밍을 봐야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당 정책위 고위관계자도 "예산은 조속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 만큼 주말에 봐서 상황을 달리한다든지 하는 부분은 생각하고 있다"며 "실질적 여야간 예산심의는 다음 주중이나 다음주 후반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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