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설치된 신한울 1호기.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4년 설치된 신한울 1호기.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산업용 전력 소비량 또한 2019년 수준을 회복하면서 여름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블랙아웃(광역 정전)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멈췄던 원전 재가동이다.

정부는 앞서 정비나 화재 등의 이유로 중단된 원전에 대한 재가동 시기를 앞당긴 것 뿐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 수급 한계를 원자력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꼬집는다.

때문에 내년 3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차기 정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각 당 대선 후보 경선 등록이 개시된 6월 이후 ‘원전 관련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올해 1~5월 주택용 전력 판매량은 3만1844GWh(기가와트시)로 전년동기 대비 3.4%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와 화상수업 실시로 주택용 전력 사용이 급증한 까닭이다. 설상가상 이번 주 본격적인 폭염으로 주택 냉방기 사용도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용 전력 판매량 역시 올해 1~5월 11만9645GWh로 전년동기 대비 3.7% 늘었다. 이는 2019년 같은 기간 판매량 12만893GWh에 근접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산업생산이 예년 수준으로 돌아간 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전력 수급 대책으로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를 이달에 순차적으로 재가동한다고 발표했다. 공급 전력 여유분을 뜻하는 전력예비율도 이번 주 안정권인 10%에서 절반 이하인 4%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발등에 불이 떨어진 탓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이튿날인 20일 원전 관련주는 일제히 상승했다. 우진이 12.87%, 한전기술이 12.64% 오르며 급등했다. 두산중공업(1.21%), 한전KPS(2.45%) 등도 올랐다.

이번 정부 들어 지난해 3월 최저점을 기록한 두산중공업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
두산중공업 주가가 올해 5~6월 급등(왼쪽)했다. 지난해 3월 최저점을 기록한 두산중공업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

◇원전 관련주 반등 계기는 ‘해외 사업 수주’

그동안 원전 관련주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줄곧 곤두박칠 쳐왔다. 지난해 3월 말에는 최저점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해외 원전 사업에대한 공동 진출을 합의하면서 급반전 됐다. 이후 6월 초 정점을 찍은 원전 관련주는 최근, 약 한 달간 횡보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과 올해 6월 초를 비교하면 △두산중공업 2200원→3만2000원 △우진 4905원→1만2300원 △한전기술 3만1900원→6만3000원 △한전KPS 3만2800원→5만800원으로 급등했다. 이들은 여타 종목들이 지난해 3월말 코로나19 여파로 급락했다가 외국인 투자자를 국내 개인투자자가 대체한 동학개미 운동으로 반등했던 시기에도 변동이 없었다.  올해 5월에 들어서야 급변한 경우다.

당장 원전 기업은 해외 사업에서 잇따른 호재를 보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자력발전 정책 추진으로 국내 원전 비즈니스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해외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SMR은 300㎿(메가와트) 이하 출력을 내는 소형 원전이다. 사고가 발생해도 방사능 유출 위험이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산중공업은 20일 미국 원자력발전 전문기업인 누스케일파워와 6000만달러 규모로 추가 지분 투자 협약을 맺었다. 2019년에 맺은데 이은 이번 협약으로 총 투자 규모만 1억달러(1150억원)를 넘어서게 됐다.

지난 2012년 지식경제부가 선정하는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된 두산중공업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증기발생기. 원전 산업은 정부 정책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2년 지식경제부는 세계일류상품으로 두산중공업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증기발생기를 선정했다. 원전 산업은 정부 정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기 정부 ‘탈원전 정책’ 변경되는지 관심 고조…대선 기간 ‘롤러코스터’ 주의해야 

국내에서는 원자력 전력 추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전KPS는 2분기 매출액이 330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0.7% 늘었다. 원자력 계획 예방정비착공호 기수 증가가 성장 원인으로 추정된다. 올해 연간 계획을 보면 원자력의 경우 전년대비 3기가 늘었다. 현재 신한울 1호기의 시운전이 진행 중이며 2022년 상반기 중 상업운전도 예정돼 있다. 2호기 가동 계획은 2023년이다. UAE(아랍에미리트연방) 원전도 1호기 상업 운전 이후 순차적 가동이 예상된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전KPS는 석탄화력 대부분을 LNG로 전환할 예정인데 원자력의 경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수명 연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적어도 당분간은 신규 원자력 발전소와 신규 가동 물량이 외형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내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탈원전 정책’ 향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향후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사업 내용에 '원전을 포함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원자력 산업에 긍정적 뉴스가 나오는데 바이든 정부는 2차 인프라 법안에 원자력을 포함한 친환경 발전을 2035년까지 100% 늘리는 '클린 에너지 스탠다드'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발표했다”며 “원전을 해체하는 곳에서도 건설에 비해서는 규모가 적지만 신규 시장이 추가됐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6개월 선행한다는 점과 각당 대선 경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테마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예의주시해야한다”며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에너지의 한계가 있다보니 최근 원전 관련주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런 경우 후보자들의 발언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23일 원전 관련주는 △두산중공업 2만3400원 △한전KPS 4만2950원 △우진 9950원 △한전기술 5만5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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