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민연금]
[사진=국민연금관리공단]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민연금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통일된 기준 부재로 혼선을 빚고있다.

4일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기금운용위원회가 ESG 정보공개 의무 공시 확대에 나섰다. 이에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이 표준화된 지표 없이 규제만 강화 하는 것 아니냐며 무분별한 ESG 확대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허희영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은 "국민연금내에 ESG 기준이 없는것은 아니다. 수탁위 내부에서도 나름 ESG기준이 적용 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글로벌 ESG 흐름에 부합한건지 잘못 이해되는 경향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은 이어 "ESG 지표가 OECD에서도 기본 원칙만 제시할 정도로 지표 산출 방식이 공개된 것은 없는데 국내적 판단만으로 도입 확대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경영학계에 따르면 ESG와 재무성과간 상관관계는 0.3~0.4정도로 매우 낮다. 실증연구가 많아지면 지표는 개선되겠지만 현재로선 산업계나 투자자들이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대신증권연구소에 외주를 주는 형태로 ESG관련 지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허 위원은 "대신증권이 ESG지표를 개발중이지만 발표를 들어보니 여러가지 쟁점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혼란은 자본시장에서도 비일비재하다. ESG 열풍에 회계법인에 이은 신용평가사들까지도 올해부터 ESG채권 인증기관으로 나섰다. 하지만 각사가 적용하는 지표가 제각각이라  혼선만 낳고 있다. 

반면, 글로벌 5대 평가기관(TCFD, GRI, SASB, IIRC, CDSB)은 지난해 9월부터 ESG 정보공개 표준 통합 작업을 착수해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국내적 시각으로만 판단한 잣대가 자칫 글로벌 표준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당장, 지배구조 부문에서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이 논란거리다. 원종현 국민연금 투자정책전문위원장은 최근 한국노총이 주최한 한 포럼에서 "사외이사추천 후보자 풀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무작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불평했다.

하지만 공적연기금의 민간기업에 대한 사외이사 추천은 전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관치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요하는 연금사회주의적 발상이란 비난까지 받게 됐다.

이렇다보니 기금운용본부와 수탁위간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원종현 위원장은 "2018년 7월 제도가 도입된 후 3년도 안됐지만 과연 수탁위가 책임활동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국민들로부터 실망스러운 평가를 받고 있다"고 규정했다.

수탁위는 외부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된 독립의결기구다. 국민연금이 약 12%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내부적 판단이 어려운 기업의 주총 안건에 대해 찬반 결정을 진행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원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중립성 침해마저 의심받게 한다.

국민연금 수탁위나 외부단체의 압력도 결국 ESG 기준을 흔드는 요소가 된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국민연금이 고려아연(7.4%)과 (주)영풍(4.5%)의 지분을 보유중으로 확인됐다며 매각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글로벌 ESG 개발자의 입장은 국내적 분위기와 사뭇 다른 현실이다.

다우존스 ESG코드를 전담하는 만짓주스 로배코샘 대표는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오너 중심 경영을 포함한) 각국의 다양한 기업의 형태를 존중하며 (여성 사외이사 유무와 같은) 정치적 주장은 고려치 않고 있다"며 "E, S, G 각 요소가 재무적 성과로 얼마나 이어질지에 평가의 방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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