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 이상의 의사가 의료기관을 동업하다가 계약을 종료하는 경우, 헤어지는 과정에서 지분 정산이나 상호 속용 등에 관해 분쟁이 발생하곤 한다.

이 경우 계약서나 민법상 조합의 법리에 따라 금전적인 부분에 정리가 이뤄지는데 복잡하고 골치아픈 과정이 따른다. 하지만 만은 판례가 집적돼 있어 결국에는 어떻게든 결론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수행했던 사건에서 아주 특이한 문제가 발생해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당사자가 모두 당황했던 사례가 있어 이를 소개한다.

의사 A는 대학교 선배 B와 몇 년 동안 함께 병원을 운영하며 동업계약을 유지해 왔으나, 수익배분 문제 등으로 잦은 말다툼이 있었다.

결국 서로 갈라서기로 하고 법원에 정산금 소송제기와 퇴사 통보를 한 후, 출근을 중단했다. 이후 병원은 B가 단독으로 운영했고 A는 더 이상 병원에 나가지 않고 수익금 정산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B가 말을 바꿔 동업탈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B는 아직도 동업관계가 계속된다며 A를 개설자 명의에서 빼주지 않았고, 공동으로 된 사업자등록도 그대로 유지했다. A는 개설자 명의 변경, 보증 채무 문제 해결 등을 수차례 부탁하였지만, B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A는 개설자의 경우 두 개 이상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다른 병원에 취직하지도 새로운 병원을 개설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보건소를 찾아가 봤지만 ‘동업계약 해지계약서’가 없는 이상 명의를 변경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반복될 뿐이었다.

이처럼 동업자들 중 한 명이 탈퇴하는 과정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남아 있는 운영자가 개설자 명의 변경에 협조해 주지 않는다면, 탈퇴한 당사자의 명의가 계속 병원에 남아있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

보건소가 요구하는 변경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즉 ‘동업계약 해지약정서’ 등은 혼자서 작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당사자와 탈퇴를 원하는 자가 함께 서류를 작성하지 않으면 관할 보건소에서 서류 접수에 난색을 표한다.

사업자등록 또한 마찬가지다. ‘동업계약 해지계약서’를 갖고 가지 않는 이상, 공동명의로 된 사업자등록에서 A의 명의를 빼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럴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일단 보건소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제시하며 설득을 해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9년 유권해석을 통해 “개설자 변경을 불허할 경우 직업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니, 이미 탈퇴한 의료인이 단독으로 개설자 변경을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고 아직까지 그 해석은 유효하다.

보건소 공무원이 모든 유권해석을 숙지하고 있을 수는 없으므로, 공무원과 감정적으로 대립하지 말고 이런 명확한 유권해석을 제시하며 설득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세무서의 사업자등록 또한 마찬가지이다. 과거 하급심 판례를 찾아보면 “사업자등록을 한 공동사업자의 구성원이 변경됐음에도 그 사업자등록의 정정을 거부하는 처분이 있을 경우, 변경 후의 사업자로서는 허위 세금계산서의 발행에 따른 가산세를 납부하거나 상가건물의 임차권을 내세워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불이익이 있고 변경 전의 사업자로서는 연대납세의무에 따라 부가가치세를 부과받을 수 있으므로, 위 거부처분은 사업자등록정정 신청인의 실체상의 권리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을 일으키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신청인이 실체상의 권리자로서 권리를 행사함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할 것이다(대구지방법원 2012. 5. 9. 선고 2011구합3953 판결 [사업자등록정정신고에대한거부처분취소])” 라고 한 사례가 있다.

판례의 요지는 동업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지됐음에도 세무서 공무원이 사업자등록의 정정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세무서의 담당자 역시 위와 같은 법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먼저 설득을 시도하고, 이후 거부처분취소소송 등을 제기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A 원장의 경우도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관할 보건소에 찾아가 수차례 설득 끝에 B의 협조 없이 개설자 명의에서 빠질 수 있었다.

참고로 의료기관의 개설자 변경 즉 양도·양수 신고를 하고자 할 때는 관할보건소로 방문해 의료기관 개설 신고사항 변경신고서(허가신청서)를 접수해야 하고, 개설자 외의 대진의 등의 인력에 대한 변경, 등록, 퇴사신고는 심사평가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보통 변경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란 동업관계 종료를 확인할 수 있는 계약서, 즉 ‘동업계약 해지약정서’ 또는 ‘양수도계약서’를 의미한다. 탈퇴 과정에서 당사자들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면, 복잡한 절차를 거칠 것 없이 이런 ‘동업계약 해지약정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며 개설자 변경 신고를 할 수 있다.

<오승준 변호사 약력>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외래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의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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