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각 사]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현대차그룹의 금융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이사의 달라도 너무 다른 경영 스타일이 조명을 받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금융그룹감독법이 전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금융계열사 분리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모색 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의 금융 계열사는 현대캐피탈을 정점으로 현대차증권,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푸본현대생명 6개사로 구성돼 있다. 그간 현대캐피탈의 지분은 현대자동차가 59.7%, 기아자동차가 20.1%씩 가져 사실상 정의선 회장의 지배를 받아왔다. 

현대차투자증권도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27.5%,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지분의 절반을 현대차가 가졌으며 푸본현대생명의 30.3%가 현대모비스 소유다.

정의선 회장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10월부터 현대차그룹에선 순환출자 해소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로 두는 개편안이다.

다만 지주사를 세우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현대카드와 현대차증권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금융그룹의 두 축을 담당해온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최병철 현대차증권 사장의 극과 극의 경영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우선 정태영 부회장은 내부 물갈이에 한창이다. 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올해 42명의 임원을 선임하고 또 27명을 해임했다. 올 3분기 말 기준 현대카드의 시니어 매니저(Senior Manager)급 이상 임원이 74명인 것을 감안하면 정 부회장 본인을 제외한 대부분을 교체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정기인사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이를 틈타 정 부회장이 정의선 회장의 뜻과는 별개로 금융그룹 분리 시 자신이 회장이 되겠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일가 한 관계자는 "금융그룹이 아직 분리된 상황도 아니다"며 "정기인사 축소, 수시인사 확대는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계열사별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반면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는 내실 다지기에 충실하면서 조용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금껏 현대차그룹 CFO를 맡다 지난해 12월 수시임원인사를 통해 현대차증권 대표이사로 승진한 그는 현대차그룹이 요구하는 전문경영인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적이 눈에 띈다. 기업금융(IB)과 리테일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최 사장은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284억원, 당기순이익 938억원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보다 45% 성장한 수치로 첫 연간 영업이익 1000억원 돌파도 기대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현대차증권이 다각화된 사업기반을 바탕으로 이익창출능력이 개선됐다"고 평가하면서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한단계 상향했다.

이밖에 현대차증권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이미지도 좋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하는 ESG 평가에서 업계에서 최고 등급인 통합 'A 등급'을 받는 동시에 여성가족부가 인증하는 가족친화기업으로 증권사 최초로 선정됐다.

특히 임직원 근로복지에 신경써 임직원 가족들이 직장 내 대인관계, 직무스트레스, 부부관계, 재무·법률 상담 등 다양한 원인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직원 상담프로그램(EAP)은 동종업계 직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반면 정태영 부회장의 리더십은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2월 설립된 현대카드 사무금융노조와의 대표교섭에 응하지 않는가 하면, '인사규정' '윤리강령'을 통해 직원들을 '사상통제'해 온 것이 드러나면서 사내 분위기가 좋지 않다. 그룹에서도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 움직임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다.

현대카드가 목표로 해온 기업공개(IPO)도 올해는 어렵게 됐다. 정 부회장은 최근 외신을 통해 "내년이 돼야 인공지능(AI) 시스템 출시 등으로 지금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IPO에서 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면 2021년까지 상장을 연기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바꿨다.

[사진=현대차그룹]
[사진=현대차그룹]

앞서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7년 제너럴일렉트릭(GE)이 보유하던 현대카드 지분 24%를 3700억원에 인수하면서 '4년 안에 IPO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계약 조건을 달았다. 또 원하는 수익률을 달성치 못하면 현대카드에 지분을 되팔 수 있다는 풋옵션도 걸어 정 부회장으로선 내년이 마지막 기회다.

이런 가운데 현대카드가 인공지능사업을 위해 역점 두고 추진한  마이데이터 사업 인가에도 먹구름이 형성됐다.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가 진행되는 민감한 시기인 5년 전 상거래 관계가 종료된 고객신용정보를 삭제치 않고 보유해온 것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돼 징계 처분을 받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나비효과라는 것이 있다. 현대카드의 상장 실패는 지배구조 개선과 계열 분리를 동시에 추진하는 현대차그룹에게도 악재"라면서 "정 부회장이 지금과 같은 경영을 이어간다면 현대카드가 내년에도 매각 난항에 부딪혔을 때 현대차그룹 전체를 덮치는 태풍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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