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M&A)을 둘러싼 주주행동주의와 대결이 KDB산업은행 승리로 귀결됐다. 

3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전날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유상증자 대금인 5000억원 납입을 완료하면서 한진칼 지분 10.7%를 보유하게 됐다.

주주행동을 앞세운 경제개혁연대는 산업은행이 주주명부가 폐쇄된 내년 상반기로 유상증자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산업은행 의결권 확보를 저지하지 못했다.

보통주 신주 효력은 이날부터 발생한다. 산업은행은 강성부연합(40.4%), 조원태 회장 측(36.7%)에 이어 3대 주주가 됐다. 캐스팅 보터가 된 산업은행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법원이 신주발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내세운 것이 '경영판단의 원칙'인 만큼 산업은행이 한진칼 경영에 지나친 개입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친 간섭은 부작용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며 법정 다툼이 일단락된 만큼 한진칼 경영진을 믿고 한발짝 물러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강성부 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등) 신주발행금이 가처분 신청에 대해 "한진칼 현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거래 구조를 고려할 때 "합리적인 경영판단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이 통합 추진과 함께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 관계자의 고통 분담 △지속 가능한 정상화 방안 마련 등 구조조정 3대 원칙을 내세운 바 있어 소극적인 역할에만 머물긴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진칼은 10만명 항공업 종사자 일자리 보호 기치를 내 걸고 합병을 진행중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 시 중복 인력은 1000명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고용 안정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가 구성되면 산업은행이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대한항공]
[사진=대한항공]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부실자산 정리 과정에서 경영참여형 PEF(사모펀드)를 이용해 졸속매각을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017년엔 대우조선 계열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이 서강대 교수일때 설립한 키스톤PE에 팔렸다. 당시 키스톤PE가 유상증자 과정에서 50억원을 차입한 곳이 라임 사기로 법정구속된 김봉현 전 스파모빌리티 회장 인터불스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기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예약 서비스 업체 아시아나세이버, 시설관리 업체 아시아나개발 등 6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합병 과정에서 최대 관건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자산에 대한 매각이 진행되더라도 족보도 알수 없는 사모펀드에 팔리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며 "이동걸 회장에겐 예전과 같은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진행될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중국 사전 기업결합심사에도 이 회장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에서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제법 한 전문가 "아시아나 인수을 지원하기 위한 5000억원 지분투자마저 보조금이라며 어디선가 딴지를 걸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이런 변수에는 산업은행이 대응 논리를 준비해 두고 적극적인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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