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걸 후드’]
[사진=영화 ‘걸 후드’]
‘영화는 영화관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집에서 75인치 UHD 화면으로 감상하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이란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좋은 영화를 제 때 극장에서 즐길 수 있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 개봉하는 신작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파리 외곽에 살고 있는 16세 마리엠(카리자 투레)은 홀로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를 대신해 두 동생을 보살피고,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오빠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 집과 학교 그 어디에서도 자신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그는 자유로운 영혼의 세 친구 레이디(아사 실라), 아디아투(린지 카라모), 필리(마리투 투레)를 만나 차츰 스스로 원하는 자신이 돼간다.

이러한 줄거리의 영화 ‘걸 후드’가 이번주 12일 개봉한다. 2014년 제작된 이 영화가 2020년 관객 앞에 도착한 이유는 셀린 시아마 감독이 지난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제72회 칸영화제에서 봉중근 감독 영화 ‘기생충’ 등과 경쟁해 각본상을 수상하며 더욱 주목받게 됐다.

덕분에 감독 본인이 여성 성장 3부작으로 꼽는 작품 중 ‘톰보이(2011)’, ‘워터릴리스(2007)’가 올해 5월과 8월 개봉했다. 또 이들 영화 역시 관객 반응이 좋아서 ‘걸후드’까지 3편 모두 올해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사진=영화 ‘걸 후드’]
[사진=영화 ‘걸 후드’]

‘걸 후드’는 내용만 봐서는 우리 주변 이야기일 수 있고, 또 그동안 시아마 감독이 백인 여자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를 만들어왔기에 그러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흑인 여성 친구와 그 가족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들이 갈등과 연대의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설정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시아마 감독은 “마리엠은 그 모두가 될 수 있고, 누구도 아닐 수 있다”며 “나에게는 거리에서 직접 만난 소녀들 얼굴, 그들 젊음 그 자체를 영화화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했고, 그간 영화 속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의 강인함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사진=영화 ‘걸 후드’]
[사진=영화 ‘걸 후드’]

실제로 영화 자체가 캐릭터에 대한 발상에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다. 시아마 감독은 파리 외곽 지하철과 기차역에서 10대 소녀들 모습을 보고 강한 에너지를 느꼈다. 억압적인 사회 체계 속에서 여성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며, 제한과 금기가 그들 내면 속에 어떻게 작동되는지 그려내고 싶었다.

시아마 감독은 “앞선 두 영화 ‘톰보이’와 ‘워터릴리스’는 삼각관계가 주를 이룬다. 주인공이 자신과 다른 그룹에 속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였다”며 “반면에 ‘걸 후드’는 소녀들 유대감을 담아 여성들이 그룹에 속해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을 보다 깊게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리엠과 친구들이 어떠한 연민이나 혐오 없이 비치기를 원했다”며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시절 레게 머리로 돌아가 디바 화장을 하고 소년처럼 옷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영화 ‘걸 후드’]
[사진=영화 ‘걸 후드’]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춤추는 모습으로 편집없이 롱테이크로 담아냈다.

시아마 감독은 “마리엠과 친구들이 리한나의 ‘다이아몬드’를 부르는 장면은 시나리오를 쓸 당시 가장 먼저 떠올린 에피소드였다”며 “음원 사용 동의를 구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지만 자매애에 대한 내용이 담긴 곡이어서 꼭 쓰고 싶었고 최종 리한나가 허락해줘 무척 기뻤다”고 밝혔다.

[사진=영화 ‘걸 후드’]
영화는 마리엠 헤어스타일 변화가 심정을 드러내는 중요 장치로 삼고 있다. [사진=영화 ‘걸 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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