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왼쪽), '맹크'. [사진=넷플릭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극장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멀티플렉스들이 넷플릭스에 문을 열고 있다. 

그동안 넷플릭스 극장 개봉작의 경우 메가박스와 일부 개인 상영관을 통해 관객과 만났지만 최근 CGV와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1, 2위 체인이 넷플릭스 개봉작을 걸기로 했다. 대작영화들이 모두 내년으로 개봉을 연기한 상황에서 영화 선택의 폭이 좁아진 관객들에게는 가뭄의 단비가 될 전망이다. 

10일 영화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힐빌리의 노래’와 ‘맹크’를 각각 11일과 18일에 극장에 건다. 이어 ‘힐빌리의 노래’는 24일, ‘맹크’는 12월 4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한다. 

그동안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는 넷플릭스 영화를 극장에서 걸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는 극장 개봉 후 VOD 서비스까지 일정 기간을 두는 ‘홀드백 기간’을 두고 이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홀드백 기간의 경우 통상 4주의 간격을 두고 있지만 넷플릭스 측은 2017년 첫 극장 개봉작인 ‘옥자’의 경우 극장과 넷플릭스 동시 공개를 요구해 극장과 마찰이 생겼다. 극장 측은 영화산업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옥자’의 극장 개봉을 거부했고 결국 개인 상영관과 예술영화관에서만 개봉했다. 

이는 2018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에서도 이어졌다. ‘로마’는 그 해 12월 1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으며 이보다 이틀 앞서 12월 12일에 일부 개인 상영관에서 개봉했다. 

넷플릭스에 가장 먼저 문을 연 멀티플렉스는 메가박스였다. 메가박스는 지난해 ‘더 킹: 헨리 5세’를 시작으로 ‘아이리시맨’과 ‘결혼이야기’, ‘두 교황’ 등 넷플릭스 아트무비 화제작의 극장 개봉을 확정지었다. 당시 넷플릭스는 일주일의 홀드백 기간을 두기로 했으나 CGV와 롯데시네마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CGV 관계자는 당시 “넷플릭스의 요구 조건은 우리 영화산업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며 넷플릭스 영화를 극장에 걸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지난달 7일 개봉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의 경우 개봉 후 10일이 지난 16일에 넷플렉스에 공개됐다. 이후 ‘힐빌리의 노래’와 ‘맹크’는 약 2주의 홀드백 기간을 두기로 하면서 CGV와 롯데시네마도 문을 열었다. 

CGV 관계자는 “넷플릭스라고 무조건 배척한다는 것은 아니다. 고객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영화산업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선이라면 넷플릭스 영화도 극장에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힐빌리의 노래’와 ‘맹크’의 극장 개봉에 따라 이후 극장 개봉이 예정된 ‘더 프롬’,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3사 개봉도 예상된다. 다만 CGV와 롯데시네마 모두 많은 상영관을 배분하지 않고 분위기를 보는 모양새다. 

‘힐빌리의 노래’의 경우 CGV는 전국 30개관에 걸고 롯데시네마는 전국 5개관에서 1회차 씩 모두 일반관에서 상영한다. 양 사 모두 관객 반응을 본 뒤 상영관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맹크’의 경우 상영관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개봉작들이 모두 내년으로 일정을 연기하면서 개봉작 수급이 어려워진 가운데 극장 측의 이 같은 결정은 한숨 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을 결정한 영화에 한해서만 걸리기 때문에 관객의 선택권도 넷플릭스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영화계 관계자는 “재개봉과 기획전으로 일관하던 극장가에 넷플릭스 영화는 단비가 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 걸리는 상영관이 많지 않은 만큼 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힐빌리의 노래’와 미국 대통령 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러스트 벨트’를 중심으로 소외된 백인 하층민의 팍팍한 삶을 다루고 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변을 일으키며 당선된 배경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평단에서 선정하는 역사상 최고의 영화 ‘시민케인’의 뒷이야기를 다룬 ‘맹크’는 당연히 오손 웰즈의 1941년작 ‘시민케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 영화를 연출한 데이빗 핀처 역시 ‘나를 찾아줘’나 ‘소셜 네트워크’, ‘조디악’ 등 이전 영화들과 다른 방식으로 찍어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다음달 극장 개봉하는 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사진=넷플릭스]

반면 앞으로 개봉이 예상되는 ‘더 프롬’과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각각 뮤지컬과 SF영화인만큼 특별관 상영이 기대되는 영화다. 

‘더 프롬’은 토니상 7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코미디 뮤지컬로 한 물 간 뮤지컬 배우들과 성소수자 소녀의 유쾌한 소동을 다루고 있다. 조지 클루니가 연출·주연을 맡은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아포칼립스 이후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로 화려한 볼거리와 이야기가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예술영화 성격이 강한 ‘힐빌리의 노래’나 ‘맹크’와 달리 ‘더 프롬’과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눈과 귀의 즐거움을 보장할 영화들”이라며 “현재 아이맥스, 돌비시네마, 수퍼플렉스G 등 특별관들이 재개봉작이나 포맷이 아닌 개봉작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이들 영화는 관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마이클 베이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6언더그라운드’ 내한 시사회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수퍼플렉스G에서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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