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사진=넷플릭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넷플릭스의 장점은 스마트폰을 통해 이동 중에도 언제든 시청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그러나 정작 작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큰 화면’과 ‘짱짱한 사운드’로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를 더 좋은 환경에서 보기 위한 프리미엄 TV와 빔 프로젝터 등 홈 시네마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TV 리딩기업은 대형 디스플레이에 8K 수준 고화질을 갖춘 프리미엄 TV로 시장 경쟁에 나서고 있고 최근 가정용 빔 프로젝터도 잇달아 출시했다. 그러나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대형 8K TV나 큰 벽면이 필요한 빔 프로젝터는 아무나 집에 놓을 수 없다. 때문에 사람들은 극장으로 향해 영화를 본다. 

즉 관객은 넷플릭스를 이용하지만 넷플릭스에 있는 다수의 콘텐츠는 극장과 같은 시스템에서 볼 수 없다. 이런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넷플릭스의 몇 개 콘텐츠는 극장에서 소개되고 있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로마’, ‘더 킹: 헨리 5세’, ‘아이리시맨’, ‘결혼이야기’, ‘두 교황’ 등이 넷플릭스에서 소개됐다. 

지난 7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이 메가박스를 통해 극장 개봉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12월 ‘두 교황’ 이후 올해 처음 극장 개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1968년 미국 시카고에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시작된 반전 시위가 경찰 및 주 방위군과 대치하면서 폭력시위로 변하고 주동자 7명이 ‘시카고 7’이라는 이름으로 체포돼 재판을 받은 실화를 다루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애런 소킨은 드라마 ‘뉴스룸’과 영화 ‘소셜 네트워크’, ‘스티브 잡스’, ‘머니볼’ 등의 각본을 썼으며 ‘몰리스 게임’을 연출했다. 마이클 키튼과 조셉 고든 레빗, 에디 레드메인, 사샤 바론 코헨 등 선 굵은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이 다수 출연했다. 

건조한 분위기로 사회성 짙은 이야기를 날카롭게 전하는 감독의 개성 때문에 국내에서도 개봉 전부터 많은 영화들의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이 영화가 극장에 개봉하게 되면서 그동안 신작이 부재했던 극장가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많은 할리우드 대작들이 내년으로 개봉을 미룬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 극장가에서도 할리우드 대작들을 수급 받지 못해 관객수가 급감하고 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극장 관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71.42% 줄어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극장에서 거는 방안은 관객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극장과 넷플릭스의 이견차가 생기면서 전 멀티플렉스 개봉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메가박스 단독 개봉으로 8일 기준 전국 110개 상영관에 걸렸다. 

메가박스는 지난해까지 CGV, 롯데시네마와 함께 넷플릭스 영화를 극장에 걸지 않았다. 극장 상영후 VOD로 공개하는 홀드백 기간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시 ‘옥자’와 ‘로마’는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 개별 상영관에서만 개봉했다. 

넷플릭스와 극장 간 이견차를 확인한 영화 '옥자'. [사진=넷플릭스]

그러다 메가박스는 지난해 10월 ‘더 킹: 헨리 5세’부터 넷플릭스 영화를 공개하고 있다. 당시 ‘더 킹: 헨리 5세’는 10월 23일 극장 개봉 후 9일 지난 11월 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이후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 후 약 10일 뒤 자사 플랫폼에 작품을 공개하고 있다. 이번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역시 7일 극장 개봉 후 1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이에 대해 CGV 관계자는 “‘옥자’ 이후에도 넷플릭스 영화의 극장 개봉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있었다. 그러나 홀드백 기간에 대한 이견차가 생기면서 여전히 넷플릭스 영화를 극장에 걸 수 없다는 생각은 같다. 기존 영화산업과 상생을 위해서는 최소 4주의 홀드백 기간이 필요하지만 넷플릭스가 제시한 기간은 따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이견차가 코로나19 이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작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넷플릭스와 상생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영화계와 관객들 반응이다. 특히 CGV는 아이맥스와 스크린X, 4DX 등 혁신 영사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대작 넷플릭스 영화를 걸 경우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지난해 롯데시네마는 월드타워점 슈퍼플렉스G 상영관에서 마이클 베이 감독의 ‘6 언더그라운드’ 프리미엄 시사회를 진행한 바 있다. 롯데시네마는 이 시사회 외에도 올해 초 ‘아카데미 기획전’을 통해 ‘결혼이야기’와 ‘두 교황’, ‘아이리시맨’ 등을 극장에 걸었다. 

‘6 언더그라운드’를 대형 스크린으로 본 당시 관객들은 “대형 스크린에서 보니 너무 화끈하고 재미있다” “아이맥스로 보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큰 화면으로 봐야 할 영화”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 ‘익스트랙션’과 ‘프로젝트 파워’, ‘올드 가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한 액션영화부터 ‘언컷젬스’, ‘버드박스’, ‘1922’ 등 평단의 호평을 받은 영화들도 대형 스크린에서 보고 싶은 영화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그대, 고맙소’,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등 음악 다큐가 성공을 거두고 있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도 극장 개봉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다.

CGV는 국내 영화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넷플릭스 영화의 극장 개봉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절반에 가까운 직원이 퇴사했고 단축·축소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신작 수급도 어려워 재개봉작·기획전 위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오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