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용산아이파크몰.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잠잠해졌던 CGV 매각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CJ 측은 당장 매각 가능성은 낮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경우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 3월 증권가에서 먼저 돌았던 CGV 매각설은 2500억원의 유상증자와 신규 지점 개관이 이어지자 소문에 그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영화관 사업은 8월 광복절 집회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직격탄을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개점휴업했다.

그러면서 사업구조를 재편 중인 CJ그룹의 매각 리스트에 CGV가 추가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CJ는 최근 커피 프렌차이즈인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했으며 제빵 프렌차이즈 뚜레주르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2017년에는 CJ헬스케어와 CJ헬로 등을 매각한 바 있다. CJ는 이를 통해 식품과 ENM, 대한통운 중심으로 미래전략사업 재편을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그룹 내 사업 비전이나 시장 상황으로 재점화된 CGV 매각설에 고객을 끄덕이면서도 당장 매각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 

올해 들어 적자가 지속된 CGV는 지금 시장에서의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다. 영화사업이 호황을 누리던 당시에도 CGV는 시설투자와 기술개발로 영업이익률이 떨어졌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적자가 지속된 데다 대작영화들이 내년으로 개봉을 줄연기해 사실상 4분기 연속 적자 상황이다. 내년 영화시장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내 기업들은 CGV에 관심을 가질 명분이 없는 셈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영화계뿐 아니라 국내 거의 모든 기업들이 몸집을 줄이는 추세”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악재에 허덕이는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CJ ENM 영화 중 유일하게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사진=CJ ENM]

사모펀드를 통한 해외매각 가능성도 있으나 CGV는 4DX나 스크린X 등 고유의 영사기술 유출 우려도 있다. 스크린X는 2013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KAIST와 공동 개발했다. 지난해까지 CGV는 4DX와 스크린X를 중심으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영화시장에 마케팅을 확대했다. 

이 때문에 CGV가 매물로 나올 경우 글로벌 극장 체인 1위인 중국 완다시네마가 관심을 가질 만하다. 완다시네마가 관심을 가질 경우 CGV가 가진 고유 영사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위험이 따른다. 

이밖에 CGV가 매각될 경우 CJ가 영위하는 영화사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CJ그룹은 영화 배급과 상영을 틀어쥐면서 국내 영화계의 뭇매를 맞았지만 CJ ENM과 CGV의 시너지를 외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영화사업 자체가 위축되면서 CJ ENM의 영화사업부문도 침체를 맞고 있다. 올해 2분기 CJ ENM 영화사업부문은 매출 125억원 영업손실 35억원을 기록했다. 방송과 커머스, 음악 등 CJ ENM 전 사업부문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CJ그룹에서 CGV를 매각한다면 사실상 영화사업에서 손을 떼고 방송과 커머스 사업에 집중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국내 메이저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코리아도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위축에 따라 한국 영화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여기에 업계 리딩 기업인 CJ가 영화사업에서 손을 뗄 경우 영화계의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CJ가 영화사업에서 당장 손을 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CJ ENM 영화사업은 ‘극한직업’과 ‘기생충’이 천만영화에 등장했고 ‘엑시트’, ‘백두산’,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사바하’ 등이 잇달아 흥행을 거뒀다. 반면 올해 CJ ENM은 지난해 말 개봉한 ‘백두산’을 제외하면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435만명 관객을 동원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만 이름을 올렸다. 

업계는 영화사업 최대 호황을 누린지 1년만의 사업 철수는 시기상조로 바라보고 있다. 

당장 CJ가 CGV를 매각할 가능성은 낮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될 경우 향후 예측은 쉽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격하돼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예정대로 개봉되지 않는 이상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영화계 관계자는 “당장 CJ가 CGV를 매각하진 않을 것 같지만 사태가 내년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멀티플렉스 업계 리딩기업인 CGV가 무너지면 우리 영화계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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