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1가 643 지구단위계획 녹색보행공간 조성 방안. 알파벳B 뒷편이 부영호텔부지다. [사진=서울시]
서울 성수동1가 643 지구단위계획 녹색보행공간 조성 방안. 알파벳B 뒷편이 부영호텔부지다. [사진=서울시]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녹지 보존’ 기조를 이어왔던 서울시가 녹지보존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 구설에 올랐다.

특히 도시공원일몰제 해제 전일 보존구역으로 지정돼 토지소유권 행사가 제한된 토지주의 반발도 예상된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43 일대 1만9600㎡의 주차장 부지를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는 ‘서울숲 공원주차장 도시관리계획변경’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조례 기준으로 준주거지역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바닥 면적의 비율)은 최대 60%이며,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은 최대 400%이다. 여기에 종상향까지 더해지면 해당 부지에는 최고 120m의 건물이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에 호텔과 공동주택 등을 짓고 있는 부영주택(부영) 측은 인근 주차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이유로 시 계획에 이의를 제기했다. 대상지 바로 뒤에 연면적 27만4839㎡에 최고 199m 최대 47층, 1107실의 뚝섬부영호텔(부영호텔)과 340호 규모 공동주택 2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부영은 “서울숲 주차난 해소에 힘써달라”는 서울시 요청으로 호텔 내 개방형 주차장 133면을 조성하고 서울숲 공영주차장 같은 요금으로 운영하기로 한 바 있다. 비슷한 높이 건물이 앞뒤로 들어서면 부영호텔 등의 일조권과 조망권이 초기 기대보다 가치가 떨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부영 관계자는 “일조권과 조망권이 지켜질 것으로 생각하고 2009년 계약했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 관계자는 “부영호텔 등이 들어서는 부지는 상업용지로 일조권이나 조망권을 원래부터 보장받지 못하는 부지”라며 “2017년부터 삼표레미콘 공장 시외 이주를 결정한 이후부터 주차장 부지와 대체하거나 현금 보상하는 것 중 하나를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차난 등 다른 문제까지 주민이나 학계 등 다양한 의견을 모아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대상지 용도가 결정된 바 없음을 확실히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워낙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 혼잡도가 높은 지역”이라며 “대상지가 매물로 나온다면 서울숲 역에서 도보 5분 거리로 접근성이 좋은 만큼 관심 가지는 건설사는 많겠지만 혼잡도 상승에 따른 인근 주차문제 등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 성수동1가 643 지구단위계획 기본방향. [사진=서울시]
서울 성수동1가 643 지구단위계획 기본방향. [사진=서울시]

또 다른 난관은 도시공원일몰제 토지주가 제기할 ‘형평성’ 문제다.

서울시는 앞서 7월 1일 장기미집행 도시 공원의 도시공원일몰제 해제로 도심 녹지가 줄어들 것을 고민했다. 이에 해제 하루 전인 6월 30일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68개)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해 녹지 보존을 선언해 관련 토지주에 ‘심각한 사유재산 침해’라며 원성을 산 바 있다.

대상지는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지구 지정만 됐을 뿐, 녹지 보존 취지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서울시도 할 말은 있다. 최근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대두된 만큼 주거용지를 만든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반면 토지주는 행정기관의 신뢰보호원칙이 깨졌음을 주장한다. 신뢰보호원칙은 행정기관이 관련 절차를 밟을 때 공적 견해표명에 대한 개인 신뢰 보호 의무를 뜻한다.

도시공원일몰제 내 땅을 소유하고 있던 토지주는 서울시의 갑작스런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으로 사유재산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도시공원이나 도시자연공원구역은 모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지정된 용도 중 녹지지역으로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도시공원일몰제가 해제되는 7월 1일만 기다렸던 토지주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서울 성수동1가 643 지구단위계획 기본방향. [사진=서울시]
서울 성수동1가 643 지구단위계획 용도지역 변경도. [사진=서울시]

서울 내 도시자연공원구역 부지를 소유한 권민호 씨(37세‧남)는 “도시공원일몰제 하루 전에 갑작스럽게 소유 토지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돼 심각한 사유재산 침해를 입었다”며 “그런데 서울시는 시의 편의대로 용도변경을 해 준주거지역으로 바꾼다고 하니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토로했다.

권 씨는 지난달 17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토지에 대해 도시관리계획(도시자연공원구역) 결정(서울시 고시 제2020-254호, 2020.6.29.)’ 취소 행정심판을 신청한 상태다.

법무법인 명경의 강정욱 변호사는 “자연녹지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는 것은 공공기여하는 대규모 사업이 아닌 이상 특혜의 소지가 있다”며 “밀도상향으로 혼잡도가 높아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주민들에 확실한 공공기여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명경은 서초구 말죽거리근린공원 지주 비상대책위원회 공식 법률대리인단으로 서울시의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 취소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경영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정책을 펴게 되면 개인의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공익과 사익이 조화를 이뤄 정책신뢰성이 상실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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