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은 백신을 이용해 질병을 대비한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무서운 전염병 천연두는 백신 접종을 통해 1980년 소멸된 질병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뛰어난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은 단 한 번의 접종을 통해 인류의 생명을 지탱해 준다.

예방접종을 의미하는 백신(vaccine)은 라틴어로 ‘암소’를 의미하는 여성형 명사‘바카(vacca)’에서 차용됐다. 천연두 백신이 그 모태이다. 1796년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는 천연두를 유발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바이러스지만 비교적 해가 없는 질병인 우두에 감염된 낙농업 관계자들을 주목한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천연두에 대한 면역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천연두를 퇴치한 최초의 백신은 그렇게 태어났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일랜드 출신 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다. 희곡의 기본 구성을 따라 작품은 2막으로 돼 있다. 두 부랑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50년 동안이나 오지도 않는‘고도’를 마냥 기다린다. 인간의 삶을 단순한‘기다림’으로 정의하며 이런 기다림 속에서 인간존재의 부조리성을 작가는 여실히 보여준다.‘고도를 기다리며’는 연극으로도 해석돼 현대연극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1953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레퍼토리 중 하나가 되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작가가 2차 대전 당시 겪은 경험이 밑바탕이다. 베게트 자신이 남프랑스의 보클루즈에서 은둔하며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상황을 인간의 삶 속에 내재된 보편적인 기다림으로 작품화한 것이다.‘고도’라는 인물은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고도’의 전령으로 1막과 2막 끝에 등장해 그가 못 온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사라지는 소년만 나타날 뿐이다. 오늘은 못 오고 내일은 꼭 온다는 가늠하기 힘든 희망만 전할 뿐이다.

한없이 고도를 기다리던 두 부랑자의 모습이 비극적인 이유는 고도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을 독자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탈출의 헛된 기다림을 살아 있는 동안 끝없이 반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구원의 희망을 잃은 인간의 실존적 허무감은 존재의 부존으로 다가와 책을 읽은 독자나 연극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깊은 절망감으로 다가선다.

‘고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도 불분명하다. 작가인 베케트조차 고도가 누구이며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수도 없는 질문에‘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로 전해진다. 고도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독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블리디미르와 에스트라공처럼 우리도 코로나19를 제어할 백신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늠하기조차 힘든 나날들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모든 질병의 역사를 극복해낸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린 블리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기다림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에겐 공동체를 지켜낼 방역수칙이 있고 이를 믿고 따르는 시민의 힘이 있다. 백신이 없는 현재로서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방역 행동수칙뿐이다. 일상 속에서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방역은 다 같이 실천할 때 자신을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유일한 희망이다.  

“하늘은 우리의 외침으로 가득하구나. 하지만 습관은 우리의 귀를 틀어막지”라고 읊조리는 블라디미르의 탄식은 코로나19의 백신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더없이 의미심장하다. 

안태환 원장 약력

▪ 강남 프레쉬이비인후과 의원 대표원장
▪ 이비인후과 전문의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 의학박사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서울 삼성의료원 성균관대학교 외래교수
▪ 대한이비인후과 의사회 前 학술이사
▪ 대한이비인후과 학회 학술위원
▪ 대한미용외과 의학회 부회장
▪ 대한 레이저 피부모발학회 부회장
▪ 2017년 한국의 명의 100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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