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경남 하동군 하동읍 두곡리 두곡마을 일대가 전날부터 내린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오후 경남 하동군 하동읍 두곡리 두곡마을 일대가 전날부터 내린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산업화 이후 지구평균 온도가 1도 올랐다고 합니다. 여기서 1.5도를 더해 임계치를 넘으면 지구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지금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 계획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인프라금융연구실 연구위원이 풍수해 저감을 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한 말이다.

한반도는 한달 넘게 이어진 집중호우와 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후 소멸된 태풍 ‘바비’로 인해 전국에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방류시기를 놓친 섬진강댐‧용담댐이 넘쳐 주민들이 몇 년을 공들여 가꾼 인삼밭을 망치고 삶의 터전을 집어 삼키는가 하면, 경기도 구리시 아파트 앞에는 지름 15m, 깊이 4m 거대 싱크홀이 생겼다. 이상기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신규시설물 건설 및 노후시설물 보강 등 기준을 ‘미래’에 맞춰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시계를 7일로 돌려 섬진강이 아직 ‘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던 때로 돌아가 보면 한국수자원공사(수자원공사)도 할 말은 있다. 수자원공사는 이날 홍수에 대비해 비워 놔야할 부분을 생각해 원래 잔여분보다 4배 많은 1억2000만톤가량 댐 수위를 더 낮췄다.

이후 섬진강댐은 7시간가량 최고 0.19m까지 물이 차오르며 계획 홍수위를 초과해 홍수조절 능력을 상실했다. 수자원공사는 집중호우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일정부분 대비했지만 예상을 넘어선 강수량으로 대처가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반면 수자원공사 상급기관인 환경부는 인재 측면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25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김태호 무소속(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을 만나 “댐 방류가 매뉴얼대로 이뤄졌지만 최악의 상황은 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후 대처 매뉴얼 자체가 이상기후로 인해 옛날과 지금이 달라진 부분을 파악하지 못했음을 일부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12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30년까지 한반도 국토의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00만명 이상이 침수 피해를 입을 것이란 예측을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 부산광역시 총 인구 수가 340만2776명이다. 10년 뒤 부산시민과 비슷한 수준의 이재민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풍수해 등 피해를 중앙정부차원에서 관리하는 ‘자연재해대책법’이 존재하나 예방 내용이나 대상시설, 소관부처가 달라 재난 안전관리의 종합적인 대처가 쉽지 않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풍수해 피해 저감을 위한 선제적 대응 방안’ 중 풍수해 예방 및 사후관리 관련 주요 법률 및 소관 부처. [사진=한국건설산업연구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풍수해 피해 저감을 위한 선제적 대응 방안’ 중 풍수해 예방 및 사후관리 관련 주요 법률 및 소관 부처. [사진=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정부도 자연재해가 날로 심각해지는 점을 인식해 대통령령으로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기본법)’을 지난해 12월 31일 제정하고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했다. 이 법은 도로‧철도‧공항‧수도‧전기‧가스‧하천‧저수지‧하수도 등 총 15개 기반시설을 국가가 나서 유지‧관리할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반면 기반시설 전문가는 기본법을 급하게 시행해 세부적 안전관리기준이 없는 상태인 점을 지적한다. 시설물 관리 부분 자체가 빠져있는 점은 물론 하방지‧급경사지‧제방 등 풍수해 피해가 많은 지대가 포함되지 않은 부분에서도 시행령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피해와 복구의 주체가 되는 지방자치제(지자체)를 중심으로 대처방안을 마련해 실질적인 예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난관은 또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3차추경까지 진행돼 급격히 어려워진 국가 재정 문제다. 이 가운데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심각해져 예산부족 문제가 격화될 전망이다.

2020년도 기준 전체 정부 예산 중 풍수해 관련 예산 비중도 0.5% 정도에 불과했다. 예산 부족은 풍수해 대비를 위한 시설물 노후화 보강 작업 등을 막는 역할을 해 결과적으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이상기후는 당면한 문제이나 그간 관계부처 혼선이나 예산부족을 이유로 소홀히 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신규 시설물 건설이나 노후 시설 보강 시 보다 강화된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원마련 부분에서 김 연구위원은 “신규인프라사업과 노후인프라사업 성능 상향 사업 등을 묶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거나 상당한 수준인 정부 기관의 기금 보유 여유자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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