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집중호우로 전북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 어은쌍다리가 범람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7일 집중호우로 전북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 어은쌍다리가 범람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정부가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2조원 넘게 늘렸으나 이상기후에 맞춤한 노후시설 대비에는 한푼도 더 쓰지 않아 안전불감증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정부는 ‘2021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내년도 SOC예산을 26조원으로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SOC예산 23조2000억원에 비하면 3조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는 이상기후로 인한 국민적 고통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올해는 이상기후로 6월 24일부터 장마가 54일간 이어지며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틀 동안 300mm 폭우가 쏟아져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가 잠기고, 제주에서 바위가 날아갈 정도의 초속 49m 강풍이 부는 등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물에 잠기고 흔들려 노후화된 건축물의 부식 속도는 더욱 빨라져 위험도가 높아졌으나 직접적인 관리가 필요한 해당 예산은 전혀 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가 6월말 발표한 ‘2021년 재난안전예산 사전협의안 확정’에 따르면 내년 풍수해 예방 예산은 올해와 동일한 2조8000억원 수준이다. 1일 정부는 이 부분은 손보지 않은 채, 재해위험지역정비 예산에 IoT(사물인터넷) 기반 모니터링 구축 사업비 754억원만 신규로 추가했다.

건축‧토목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한 모니터링 구축 사업이 ‘위험 감지’ 수준으로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노후시설물의 직접 보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2일 대한하천학회가 개최한 ‘2020년 장마 홍수피해 원인과 바람직한 치수 정책’에서는 이번 장마기간 홍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모래 지반이 다공질 상태가 돼 파이프 모양 물길이 생기는 ‘파이핑 현상’이 지적됐다.

한마디로 ‘댐이 약해서 금세 무너진 것’이란 분석이다.

행정안전부가 6월말 발표한 ‘2021년 재난안전예산 사전협의안 확정’ 중 유형별 재난안전예산 추이. [사진=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가 6월말 발표한 ‘2021년 재난안전예산 사전협의안 확정’ 중 유형별 재난안전예산 추이. [사진=행정안전부]

실제 우리나라는 집중호우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댐 노후도가 높아 향후 안전 문제 발생 위험이 적지 않다.

5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수자원시설물 관리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댐 고령화율은 56.3%다. 이는 2017년 12월말(61.2%) 보다 4.9%p 낮아진 수준이지만 아직도 절반 이상이 노후화 상태다. 이는 댐의 물 관리를 잘 한다고 해도 어느 순간 제방이 약해져 무너질 수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집중호우가 빈번한 것은 해빙 감소로 대기 중 수중기가 급증하는 ‘북극 고온현상’ 때문”이라며 “앞으로 기온 상승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이 잦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기간 장마로 시설물 부식 위험이 더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물론 정부도 할 말은 있다. 내년도 재난안전예산 사전협의가 6월에 진행돼 긴 장마와 집중호우를 예산 안에 반영하기 힘들었다는 이유다. 최장 장마가 시작된 것은 6월 24일이나 내년도 재난안전예산 사전협의안이 확정된 것은 같은달 29일이었다.

반면 한편에서는 정부가 1일 IoT 기반 모니터링 구축 사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노후시설물 관리 부분을 살폈어야 한다는 쓴 소리도 나온다.

건축‧토목전문가는 지금이라도 내년도 풍수해 예산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인프라금융연구실 연구위원은 “올해 기후변화로 인한 풍수해 위험이 가시화 됐다”며 “정부 예산이 미리부터 확정돼 반영하지 못했지만 국회 차원에서 논의를 통해 풍수해 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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