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비바리움']
[사진=영화 '비바리움']
‘영화는 영화관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집에서 75인치 UHD로 감상하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이란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좋은 영화를 제 때 극장에서 즐길 수 있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 개봉하는 신작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누구나 어떤 영화에 대해 물어볼 때 ‘무슨 얘기예요?’하지 ‘그 영화 미학이 뭔가요?’부터 먼저 질문하는 사람은 없어요.”

정성일 영화평론가가 최근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영화 ‘도그빌’ 메가토크에서 한 이 말을 듣고 대오각성해 16일 개봉하는 ‘비바리움’은 줄거리를 먼저 소개하기로 한다.

‘하우스 미스테리’로 정의된 이 영화는 함께 살 곳을 찾던 커플 교사 젬마(이모겐 푸츠)와 정원사 톰(제시 아이젠버그)이 부동산 중개인 마틴(조너선 에어리스) 소개로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똑같은 주택이 복붙(복사하기+붙이기)처럼 늘어선 마을 욘더를 찾는데서 시작한다.

그 가운데 9호집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중개인이 사라져버리고 두 사람은 스스로 돌아가려 하지만 왠지 벗어날 수 없다. 일단 살 수밖에 없게 된 둘에게 어느 날 남자아기가 배달돼 오고 이 아기를 잘 키워야 탈출할 수 있다고 안내받는다.

[사진=영화 '비바리움']
[사진=영화 '비바리움']

이 위기에서 젬마와 톰은 서로 다른 해법을 선택하고 그로 인해 갈등이 발생한다. 젬마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기를 키우며 애착마저 보이기 시작하고, 톰은 땅을 파고 그 안에서 잠을 자며 집과 분리감을 찾는다. 그러면서 톰은 젬마가 이곳을 받아들이는 것이 싫다.

참고로 제목 ‘비바리움’은 과학적 연구를 위해 유리상자 안에 식물 또는 동물을 기르며 관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괴한 줄거리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복붙 마을 욘더 풍경이다. 몽환적인 분위기 속 뒤틀린 악몽 같이 변하는 과정을 미학적으로 연출했다.

미술 콘셉트와 배경은 동일한 모양으로 평면이나 공간을 덮는 테셀레이션과 같이 단순함과 반복이다. 로칸 피네건 감독은 몰개성한 개인을 열거했을 때 환기되는 획일성에 대한 공포를 관객도 느낄 수 있게 공간 특성을 살리고자 했다.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왼쪽), 모리츠 코르넬리스에셔 '낮과 밤'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왼쪽), 모리츠 코르넬리스에셔 '낮과 밤'

벨기에 출신 화가 르네 마그리트 작품과 네덜란드 출신 판화가 모리츠 코르넬리스에셔 작품 특징을 영화 속 공간에 투영해 개성을 상실한 현대 사회를 보여준다. 르네 마그리트 ‘빛과 제국’과 같이 반복적인 구름의 배치, 바람이나 비와 같은 자연 현상조차 발생하지 않는 설정이 관객을 기괴함에 빠지게 만든다.

이를 위해 벨기에 한 세트장에 욘더 마을 실물 세트가 제작됐다. 한정된 예산에 집 3채는 직접 제작하고, 전체 마을에서 보여지는 집은 스캔 및 그래픽으로 대체했다. 여기에 빛 방향 등 장면을 일일이 다 촬영해서 덧입히는 수고로 완성했다.

[사진=영화 '비바리움']
[사진=영화 '비바리움']

더불어 두 주인공 의상색도 명징하다. 정원사 톰은 자연을 연상케 하는 갈색빛이고, 근심 없고 순응적인 면모까지 보여주는 젬마는 푸른빛이다.

피네건 감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아일랜드 유령부동산을 보게 됐는데 비슷한 모양의 주택 개발이 양자 현상처럼 영원히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싶어 이 이야기를 착안하게 됐다”며 “인공적인 분위기를 통해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도록 하나의 그림처럼 보여지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사진=영화 '비바리움']
[사진=영화 '비바리움']
[사진=영화 '비바리움']
[사진=영화 '비바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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