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진짜 그래?” “무슨 뜻이지?” 새로운 것을 좋아하거나 몰랐던 것을 알려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 궁금했던 일상 속 호기심, 소소한 문제, 이슈에 대한 궁금증을 흥미롭게 해소시켜 드리는 코너 [소문e답]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2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 예방 관리 강화'를 위한 관계부처 및 시도교육청 담당과장 회의에서 오석환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 예방 관리 강화'를 위한 관계부처 및 시도교육청 담당과장 회의에서 오석환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신하연 기자] 안산 유치원에서의 집단 식중독 발생으로 학부모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 애용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첫 유증상자가 나온 12일부터 현재까지 원생 112명과 가족 4명 등 총 116명이 식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중 58명은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았다. 16명의 용혈성요독증후군(이하 ‘HUS’) 의심 환자 중 4명은 투석 치료를 받는 중이다.

언론들은 HUS를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규정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1993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은 아이들 수십명이 집단으로 탈이 나자 대장균에 감염된 간 쇠고기 패티가 원인이라고 알려지면서 햄버거병이라는 별칭이 붙게 됐다.

주변에서도 “평소 패스트푸드점을 많이 이용하는데 언론에서 ‘햄버거병’을 언급하니까 찜찜해서 요즘 잘 안가게 된다”며 “정말 햄버거 패티와 상관이 있는 병이냐”고 되묻곤 한다.

식품과학자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는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우한폐렴도 ‘코로나19’로 바꿔 부르는 판에 왜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용혈성요독증후군(HUS)’라는 정확한 전문용어가 있는데도, 별명인 햄버거병으로 계속 부르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면서 “누구도 비난하지 않고 브레이크를 걸지 않기 때문에 지난달 16일 첫 환자 발생 후부터 지금까지도 기자들이 그냥 인용, 재인용해 그대로 쓰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실제 이 균은 동물의 장에 존재하므로 분변에 오염될 수 있는 물, 토양, 채소, 우유, 고기 등 다양한 식품이 원인이 될 수 있어 햄버거병이라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하면서 “식품과학자나 식품산업 종사자들은 이런 식중독 사건에 음식이 연루되면 해당 식품뿐 아니라 육류 관련 제품 모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전긍긍한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장출혈성대장균 위해평가 결과 식육‧식육가공품 섭취로 인한 장출혈성대장균 식중독 발생 확률은 낮으나 적절한 보관온도와 섭취 전 충분한 가열처리로 발생 확률을 더욱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출혈성대장균 감염 주요 경로를 설명하는 식약처 자료. [사진=식약처]
장출혈성대장균 감염 주요 경로를 설명하는 식약처 자료. [사진=식약처]

식약처에 따르면 장출혈성대장균은 소가 가장 중요한 병원소이며 양, 염소, 돼지, 개, 가금류에서도 발견된다. 식수나 식품을 매개로 전파되며 적은 양으로도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다. 보통 성인은 1주일 이하, 어린이는 3주가량 보균상태가 지속되며 감염증 자체는 대부분 후유증 없이 회복되나 10%가량 확률로 오는 합병증인 HUS로 진행시 치명적일 수 있다.

여기서 HUS가 바로 ‘햄버거병’이라고 불리는 질환으로, 발생하면 2~7%가 사망하고 회복 이후에도 상당수가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지거나 투석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HUS 발병 원인으로 고기 외에 각종 채소, 과일,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을 들고 있다. 또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과의 접촉, 분변에 오염된 강물‧호수‧수영장 물놀이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의 경우에도 식약처가 빅데이터를 통해 ‘병원성대장균’ 식중독 발생 원인식품을 분석한 결과 김치가 1위였고, 육류, 음용수, 어패류 순이었다.

관련 식품업계에서는 언론의 무분별한 용어 사용뿐 아니라 고기 패티 이미지나 심지어 특정 회사 이미지가 보도기사 사진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 난감하면서도 쉽게 나서기 어려운 입장이다. 예민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WHO가 질병 이름으로 피해야 할 용어를 명시한 권고안에도 ‘명명법으로 특정 지역명이나 개인의 이름, 동물, 식품명, 직업명 등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제시돼 있다. 해당 명칭으로 인해 특정 지역이나 산업 등에 미칠 낙인효과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규명된 경우엔 해당 용어를 질병 이름으로 직접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경기도와 함께 식품으로 인한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발생 가능성 확인을 위해 역학조사를 실시했으나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안산 해당 유치원에서 6월 10~15일 급식으로 제공한 음식을 보관한 보존식 21개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식중독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또 조리종사자 등 대상으로 인체검체를 채취하고 보존식과 칼․도마, 교실, 화장실 등 환경검사를 실시한 결과도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유치원의 학습 프로그램 등도 살펴볼 예정이다. 유치원이 보관하지 않은 보존식 6건이 식중독 원인일 수도 있지만, 흙이나 물 등을 만지는 과정에서도 대장균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산 상록수보건소 관계자는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약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5년간 장출혈성대장균 발생 환자는 71명에서 104명, 138명, 121명, 146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6~8월 여름철 발병자가 297명으로 전체 환자수 580명 대비 절반 이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여름철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예방수칙으로 올바른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은 철저히 준수하고 식품을 충분히 익혀 조리하며, 날 것으로 섭취하는 야채류는 깨끗한 물로 잘 씻어 섭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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