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지난달 29일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의 사고 원인을 놓고 정부와 업계의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선 이번 화재의 원인이 우레탄 발포작업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업계에선 “사실과 다르다”며 전면부인하고 나섰다. 

화재 당일 서승현 경기 이천소방서장은 브리핑을 열고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조사 중”이라면서 “대피도 못할 정도로 옷이 전부 화상을 입은 걸로 봐서 우레탄 작업 중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같은 서 서장의 발언을 바탕으로 이천 화재의 유력한 원인으로 가연소재인 우레탄 발포작업이 지목됐다. 밀폐된 공간에서 가연성 소재를 두고 용접이 진행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협회) 관계자는 “작업 공정을 지켰다면 문제가 생길 리 없다”며 “개선된 경질우레탄폼은 난연성능이 크게 개선돼 일반 유기질 단열재가 갖고 있는 자기소화성을 월등히 뛰어넘는 품질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1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관계자들이 2차 합동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1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관계자들이 2차 합동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협회에 따르면, 한국산업안전공단 ‘밀폐공간 작업의 화재‧폭발 예방연구-이천 냉동창고 화재‧폭발 사고 확산원인 규명-(2008)’ 보고서에 나온 실험을 통해 우레탄 스프레이 뿜칠 작업 중 발생하는 141b가스 측정치가 0.03으로 조사됐다.

인화 또는 폭발 범위 하한과 상한은 △LEL(가스폭발이 시작되는 가스농도의 하한계) 7.6 △UEL(연성 가스, 증기 및 분진이 더 이상 폭발되지 않는 최고 농도) 17.7이다. 이는 공기 중 5.6%에서 17.7%의 농도에 화원이 있으면 폭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밀폐공간 작업의 화재‧폭발 예방연구에서 실제 측정한 데이터를 보면 우레탄 폼 발포직후 141b가스 농도가 349ppm으로 0.0349%로 폭발한계 최소치인 5.6%에 6/1000 수준으로 관련 작업만으로 ‘불이 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단, 국내 경질폴리우레탄폼이 아닌 저가의 중국산 제품일 경우 밀도가 낮아 불이 점화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동시에 여러 공정이 진행되는 혼재 작업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일반 유기질 단열재(왼쪽)와 경질폴리우레탄 스프레이 폼 화재 실험. [사진=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
일반 유기질 단열재(왼쪽)와 경질폴리우레탄 스프레이 폼 화재 실험. [사진=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화재 당시 △지하 2층 우레탄 폼 작업 △화물용 엘리베이터 설치 용접 작업 △지하 1층 도장 공사 등이 동시에 진행됐다. 당시 공사 현장에는 안전을 책임져야 할 관리자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가 우레탄 작업 자체가 아닌 ‘안전 관리 미비’로 인해 발생했다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1평당 1mm로 우레탄 작업을 할 때 보통 200~220원이 드는데 해당 공사를 딴 하청업체가 140원에 수주했다고 들었다”며 하청구조로 인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접합 부분을 마감할 때는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성 또는 난연성 소재를 사용한다”면서도 “다만 이 물류창고는 공사가 완전히 마무리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접합 부분) 마감이 잘 돼 있지 않았을 수 있다. 콘크리트 등으로 마감되지 않은 단열재는 불에 잘 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영상=안경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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