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사상초유의 중국발 감염재난 사태로 국가 방역체계의 대수선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와 같은 초고도 확산성을 지닌 신종 감염병에 대항할 ‘포스트 코로나’ 대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코로나19 초기 확산을 막지 못했던 방역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한 독자적인 방역장벽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을 야기한 초기 대응 및 허술한 방역망 시스템에 대한 개선은 배제된 채 치료제·백신 연구개발 및 국제협력 등의 후속조치만이 논의되고 있어 근본적인 포스트 코로나 대책이 요원한 실정이다.

 

◇코로나19, 잡을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1윌 19일 첫 확진자가 확인됐다.

같은 달 22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위원회 회의 당시 우한 폐렴(코로나19)에 대한 전 세계적 공동대응의 필요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으나, 질병관리본부는 22일 기준 확진자 1명 및 유증상자가 21명이 확인됐음에도 대응체계 및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중구 대구시청 앞에서 육군 2작전사령부 소속 장병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구 대구시청 앞에서 육군 2작전사령부 소속 장병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국인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지역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 지역으로 감염세가 확산하고 있었다.

문제는 첫 확진자 발생을 시작으로 초기 방역의 분기점이 될 연휴 기간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월 24일부터 27일까지 중국의 춘제, 한국의 설 명절 기간 양국의 민족 대이동이 예고됐음에도 사전방역을 비롯한 방역체계 강화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공항·항만·철도 등 주요 교통 요충지는 물론 수많은 인파가 오고 가는 수도권 지하철 등 주요 밀집지역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면서 실질적인 감염 경로 유추 역시 어려워졌다.

결국 초기 방역이 이뤄지지 않은 채 수많은 내외국민이 전국 곳곳을 오가면서 감염이 확산, 5월 현재까지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발 여객에 대한 입국 금지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물론, 범정부 차원의 공동대응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국내 방역 체계에 대한 문제와 함께 국가차원의 대대적인 방역장벽 구축에 대한 필요성 역시 제기됐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예고된 재난, ‘팬데믹’ 공포 현실로

초기 발생 이후 약 40여일 만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5000명 선을 돌파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등 지역사회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한 2차 감염이 본격화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이후 4월 들어 확진자수는 1만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증가세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에 WHO는 3월 11일 세계적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 지속되자 지난 3월 11일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 지속되자 지난 3월 11일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의 심각한 확산 수준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특징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하루 8만명에서 9만명 수준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미국은 아직도 하루 2만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또 러시아와 브라질 역시 두 달 여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고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국가의 상황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는 페루, 칠레,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 그리고 인도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당초 WHO는 첫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각국 보건당국 차원의 사전대응 및 국가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이 같은 대유행을 예고했으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정부는 WHO의 대책만을 기다리다 결국 확산을 막지 못한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방역망 구축이 급선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18일과 19일 화상으로 개최된 제73차 WHO 총회에 참석해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환경에서의 일상과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다각적이고 혁신적인 노력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초고도 전염성을 지닌 감염재난의 대책은 국가차원의 방역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전 세계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초기 대응에는 미흡했지만 민·관이 주도한 국가적 대응체계를 통해 지속적인 확산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사회 2차 감염을 비롯해 초기 대응 프로세스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감염병 초기 국가적 재난 대응 태세의 새로운 정립과 독자적인 방역망 구축, 국가간 방역 시스템 연계 등의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하지만 현재 정부 정책은 치료제·백신 개발 지원 및 바이오·의약 분야 창업 촉진, K-바이오 펀드 조성 등 후속조치에만 치중돼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제기돼 온 감염병 사태 확산에 따른 국가간 이동제한 조치 및 초기 방역 프로세스 구축 등은 아직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

이에 의료업계 등 일각에서는 감염재난 확산 방지를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 구축과 함께 민·관이 주도할 수 있는 공동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지역사회 1차 의료기관 및 중소병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민관 협의체의 즉각적인 구성과 함께 공동 대응 매뉴얼 구축이 필요하다”며 “감염병 발원지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 등의 정부차원의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한 방역장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