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그린피스, 기후솔루션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두산중공업에 약 2.4조 원 금융 제공을 결정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에 대한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그린피스, 기후솔루션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두산중공업에 약 2.4조 원 금융 제공을 결정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에 대한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두산그룹의 자본잠식이 과거 구조조정을 겪은 회사들의 5~10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무임승차한 좀비기업 살리기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두산중공업에 2조4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부도를 막아주기로 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채권단 측에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하고, 이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위한 세부대책을 오는 14일 이사회를 열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지원이 자산 매각, 기존 사업 정리 만으로는 진행된다면 눈가리고 아웅하기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다량의 지분을 보유한 두산중공업만은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그룹의 핵심 자산인 두산밥캣, 인프라코어에 대한 매각도 검토해왔다.

일단 매각이 유력한 계열사로 두산솔루스가 거론된다. 그러나 두산솔루스 시장가치가 1조원에 못미치면서 2조원 상당의 구멍이 생겼다. 이 결과 금융당국도 성급하게 금융지원 계획을 발표하며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원자력사업부 폐지를 요구하는 환경단체가 공익 감사를 청구하기까지 이르렀다.  

다만 KDB산업은행 측은 이에 대해 "지원 확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여전히 자구안을 검토하는 단계로 5월 중순 나오는 실사 결과를 보고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이지만, 다른 기업과 형평성 차원에서 '자율협약'은 거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업 구조조정이란 유동성 위기에 빠진 흑자기업이 생존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부실정도가 낮은 순으로 채권단 자율협약,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도산법)로 진행된다.

현재 두산중공업이 올해까지 갚아야 하는 회사채만 4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기업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근거한 워크아웃으로 가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지원에 무임승차하면서 이런 기준마저 무시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정책금융의 부실화도 우려한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불경기시 정책금융이 방향을 잘못 잡으면 추가재정지출과 이로 인한 공공부채의 증가라는 직접 비용이 유발된다"고 말했다.  

빚 막아주기식 무조건적 지원은 과거 구조조정을 겪은 기업들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박정원 회장 등 오너일가가 감자를 통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3년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조선해양은 8500억원 규모의 자금 수혈을 조건으로 100대1 대주주 감자안을 받아들인 바 있다. 현재 두산중공업 자본잠식(2조4000억+3조원)은 당시 STX조선해양의 5배 이상이다.

2015년 자율협약을 거친 동부그룹 자본잠식도 5000억원 정도였는데, 지금의 두산그룹 자본잠식은 10배를 넘어선다. 당시 두 그룹의 오너와 경영진은 100대1의 감자안을 받아들이면서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진 바 있다.

이러한 조치를 두산그룹에 적용하면 지주사 두산에 대한 44.64% 지분을 가진 박정원 회장, 박지원 부회장 등 오너 일가 32명과 특수관계인들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수 있다. 다만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도산법)'은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를 두고 있어, 지분과는 별개로 경영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은 열린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회생보다는 퇴출이 필요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정경유착과 이해관계 충돌 때문에 경쟁력 없는 기업이 연명하는 경우가 있다"며 "자원이 부족할 때일수록 은행 중심, 재무 중심의 구조조정 원칙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산그룹의 케이스를 바로잡으면서 정부가 구조조정 로드맵부터 제대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