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 베타테스트'. [사진=넷플릭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인류는 저마다 문화가 다르고 그에 따라 특징도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된 것은 있다. 인류는 놀이를 즐긴다. 열심히 일을 했으면 놀아야 하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지 고민을 했다. 이것은 스포츠의 유래가 됐고 스포츠는 게임으로 발전했다. 

게임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저 옛날 바둑이나 장기, 체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에서 바둑의 역사가 주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게임의 역사는 최소 3000년은 족히 된 셈이다. 

인류가 놀이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게임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오락실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앞에 두고 조이스틱을 마구 휘두르며 즐기던 ‘갤러그’부터 e-스포츠의 등장을 알린 ‘스타크래프트’, 세계를 하나로 통합시킨 글로벌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모바일 게임을 평정한 ‘리니지M’, 그리고 최근 기지개를 켜는 VR 게임까지. 사각의 나무판 위에서 즐기던 게임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머금고 현재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게임은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몇 편의 영화가 제시한 해답은 가상현실(VR) 게임이다. 영화에서 VR이 등장한 사례는 199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론머맨’은 90년대에 무려 VR과 인공지능(AI)을 그려낸다. 이후 1999년 영화 ‘매트릭스’는 VR에 대해 새롭게 해석해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그려내고 있다. 

현재에 이르러서도 ‘레디 플레이어 원’이나 ‘썸머워즈’는 VR 게임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이들 영화 속 VR은 단순히 게임을 넘어 VR 공간에 새로운 사회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놀라운 미래상을 그려내고 있다. 또 게임 상에서 한 일이 현실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런 발상은 영화 ‘엔더스 게임’에서도 이어진다. ‘엔더스 게임’은 오손 스콧 가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1985년과 1986년에 각각 SF소설 최고 권위상인 네뷸러상과 휴고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이다. 

‘엔더스 게임’은 외계생명체 포막과 싸우기 위해 10대들을 군사훈련 시키는 내용으로 게임을 통해 사령관을 뽑고 함대 전술을 맡기는 방식이다. 여기에 등장한 게임은 VR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체험에 가까울 정도로 게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닮았다. 

게임의 역사를 정의내리자면 3000년전 '바둑'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사진은 알파고와 바둑 대결을 펼쳤던 이세돌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래의 게임이 갖는 과제는 체험과 최대한 근접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인칭 슈팅 게임(FPS)이 등장했고 그래픽 역시 현실에 가까울 정도로 구현되고 있다. VR 게임이 등장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를 위해 최근 영화에서 등장한 방식은 신경계와 직접 연결한 게임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미러’ 시즌3 중 ‘베타테스트’ 에피소드에는 신경계와 직접 접속해 체험하는 공포게임이 등장한다. 

목 뒤에 단자를 직접 이식해 어떤 디바이스도 없이 눈앞에 귀신이 직접 등장하는 게임이다. 상상만 해도 오싹한 수준의 게임인 만큼 이 에피소드에는 부작용도 여럿 등장한다. 

신경망 접속형 게임은 1999년 영화에서 한 번 등장한 바 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영화 ‘엑시스텐즈’는 신경계 접속형 게임을 체험한 참가자들이 인간성을 잃고 현실에서 테러를 저지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게임의 부작용은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때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과몰입 현상 때문에 게임에 대해 질병코드를 부여하기도 했으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게임을 장려하는 아이러니한 태도도 보였다. 

VR 게임에 이르러서는 어지럼증이나 시각장애 등 실질적인 질병 우려도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 시기에 신경계에 직접 접속해 게임과 내가 하나 되는 경지에 이른다면 부작용은 더욱 심각할 수 있다. 때문에 ‘블랙미러: 베타테스트’나 ‘엑시스텐즈’ 모두 게임의 부작용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게임의 부작용을 말하면서 간과한 사실이 있다. 포커나 고스톱, 섯다, 블랙잭 등 소위 ‘도박’이라고 부르는 것들도 사실은 ‘게임’이다. 그것도 정교한 수학적 계산부터 심리전, 베짱까지 요구하는 고도의 게임이다. 오죽했으면 MIT 출신 천재들이 라스베가스로 뛰어들어 게임을 정복하는 사건도 있었으며 이 사건은 2008년 ‘21’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게임은 수학과 IT과학, 심리학 등 고도의 기술이 모인 집약체다. 때문에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게임도 당연히 발전할 것이다. 신경계에 직접 접속하는 게임이 실제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정말로 체험에 가까운 게임이 등장하게 된다면, 게임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것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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