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명동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올해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1.4% 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23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통계에서 전기 대비 1분기 성장률 집계를 발표했다.

1분기 한국경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활동 전반이 위축했다. 민간소비(-6.4%)와 서비스업 생산(-6.2%)이 급감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쁜 수치다.

특히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6.5%), 의료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5.2%),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6.2%) 등 민생경제와 밀접한 분야에 충격이 집중됐다.

이에 비해 투자와 수출은 어느 정도 선방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작년 4분기 이후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와 수출이 회복세를 타고 있었던 탓에 타격을 어느 정도 상쇄한 덕분이다.

실제로 1분기 설비투자는 0.2% 증가했다. 수출은 2.0% 감소하긴 했지만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정부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예산을 조기에 쏟아부으면서 정부소비가 1분기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렸다.

당초 시장 안팎에선 작년 4분기 정부소비의 성장기여도가 1.0%포인트에 달한 게 기저효과로 작용해 올해 1분기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세계 각국 확산이 2분기 이후 본격화했다는 점이다. 국내 상황만 두고 보면 2분기 민간소비는 1분기보다 개선될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한 영향으로 지난달 말 100명을 넘나들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이달 중순부터 20명대 밑으로 떨어졌다.

여기다 주말이나 연휴 전국 관광지의 숙박업소 예약률이 치솟는 등 시민들의 나들이도 조심스럽게 재개되는 분위기다.

2분기 들어서는 1분기의 '소비 충격'이 다소 완화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중국을 제외하면 주요 수출상대국인 미국, 유럽 등은 감염병 확산세가 2분기 들어 거센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수출 판로가 막히는 것은 물론 공장 '셧다운', 이동 통제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수출 제조업 전반의 타격이 2분기부터 본격화할 개연성이 크다.

이달 1~20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9% 급감했다. 

수출 감소는 반도체(-14.9%), 승용차(-28.5%), 석유제품(-53.5%), 무선통신기기(-30.7%), 자동차부품(-49.8%) 등 주요 수출품목 전반을 망라했다.

코로나19의 파고가 서비스업을 넘어 주력 수출 제조업에까지 미친 것이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0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0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코로나19 이전에 전망한 국내 경기 흐름 등을 고려해봤을 때 코로나19는 국내 1분기 성장률을 2% 혹은 그 이상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민간소비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했다"며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충격을 덜 받은 것으로 보이나 과거 성장률 추이를 봤을 때 괜찮은 수준의 성장세라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3월 이후 세계 각국으로 감염병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박 국장은 "3월 고용이 크게 악화했고 이는 내수에 다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해외 주요국은 3월부터 코로나19 상황이 본격화해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영향이 수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2분기부터 수출이 코로나19 여파를 본격적으로 받으면서 올해 성장률이 간신히 0%를 맞추는 데 그치거나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국장은 "2∼4분기 각각 전기 대비 0.03%포인트 이상 성장할 경우 연간 성장률은 플러스가 된다"며 "3분기부터 경기가 조금씩 회복해 4분기 경제활동 수준이 작년 4분기와 비슷하게 된다면 0% 부근의 성장세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작년 말부터 잠시 이어졌던 투자·수출 회복세가 1분기 성장세 둔화를 다소 완충해 준 측면이 있지만 2분기에는 충격이 확대될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 측면은 2분기 들어 다소 완화하거나 다른 나라보다 먼저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나 수출과 생산 측면은 2분기 들어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하고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도 이를 고려해 정책 여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IMF는 지난 14일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를 맞았다며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5.9%), 일본(-5.2%), 독일(-7.0%), 영국(-6.5%), 프랑스(-7.2%), 이탈리아(-9.1%) 등 주요국들이 모두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주요20개국(G20) 가운데선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하락 폭이 가장 작았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