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야적장과 컨테이너 부두에 수출 차량과 컨테이너가 선적을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택항 야적장과 컨테이너 부두에 수출 차량과 컨테이너가 선적을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위기에 처한 기간산업 기업들이 정부에 조속한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대책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이 대규모의 기업 지원 대책을 앞다퉈 내놓는 것과 비교되면서 정부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불거져 나온다.

1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기간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여전히 준비 중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3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민 경제적으로 중요한 기간산업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정책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지 열흘이 흘렀으나 지원 방안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10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기간산업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기간산업은 기계, 에너지, 조선, 자동차, 전자, 반도체, 항공, 해운 등 국가 산업의 토대가 되는 산업을 이른다. 기업들은 "더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며 하루라도 빨리 지원책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지만 정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기간산업 가운데 특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고사 위기에 빠진 항공업계가 특히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

업계 1위인 대한항공은 코로나19의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전 직원의 70% 이상이 6개월간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받아놓았던 스탠바이 보증신용장(LC) 3000억원을 최근 끌어다 쓰기로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3∼6월 국내 항공사의 매출 피해 규모를 6조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하면서 "항공사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금융 지원 확대와 세제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현재 무담보 저리 대출의 확대, 회사채 발행에 대한 지급보증, 항공기의 재산세 면제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수요 감소와 부품공급 차질에 시달리는 자동차, 유가 급락에 정제 마진 악화로 어려움에 빠진 정유, 물동량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해운 등도 긴급 지원이 필요한 기간산업이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텅 비어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텅 비어있다.

정부의 태도는 일찌감치 '화끈한' 지원책을 내놓은 다른 나라들과 대비되고 있다.

미국은 약 2조달러(2425조원) 규모의 긴급 예산법안에서 기업 대출과 대출 보증에 5000억달러(606조원)를 배정했다. 이 가운데 항공사와 국가보안기업 등 특정 산업에 대한 대출은 460억달러(55조원)다.

독일 정부는 4000억유로(530조원) 규모로 기업의 은행 대출 보증을 제공하고, 대기업 등에 대한 대출 한도를 상향 조정하려고 1000억유로(132조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었다.

프랑스는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은행 대출의 국가 보증을 위해 3000억유로(398조원)를 투입한다.

코로나19로 비상이 걸린 만큼 한국 정부도 외국처럼 적극적인 재정 집행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기획재정부가 곳간 지키기에 치중하면서 기업 지원을 위한 충분한 실탄 마련이 힘들다'는 분위기도 퍼져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추가경정예산안 등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미국(6.3%), 독일(4.4%), 영국(1.8%), 프랑스(1.8%) 등과 견줬을 때 미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이 재정 지출을 크게 확대하고 경제적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과 계층 지원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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