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마 사이언스] 복제된 인격, 정체성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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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마 사이언스] 복제된 인격, 정체성을 묻다
넷플릭스 ‘블랙미러’ 속 AI 기술과 인간 정체성을 묻는 에피소드 소개
  • 여용준 기자
  • 승인 2020.04.1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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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 USS 칼리스터'. [사진=넷플릭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에 볼만한 영화가 사라져 버렸다. 때문에 이 기획연재도 큰 위기에 처했다. 개봉영화에 구애받지 않는 특성상 고전영화에서 이야기꺼리를 찾을 수도 있지만 그 역시 한계에 부딪힌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집에 머무는 영화팬들처럼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만 찾게 된다. 극장에서 놓쳤던 고전영화들이나 평소라면 극장에서 보기 힘든 제3세계 드라마들까지, 볼 것이 많다. 

‘블랙미러’는 넷플릭스의 유명한 시리즈물이다. ‘기묘한 이야기’나 ‘지정생존자’, ‘힐하우스의 유령’ 등과 함께 넷플릭스의 부흥을 이끈 대표 콘텐츠다. ‘블랙미러’는 시리즈물이기는 하나 에피소드별로 독립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시청자가 비교적 부담없이 볼 수 있다. 

평론가와 관객들 사이에서는 ‘블랙미러’가 “디지털 시대의 ‘환상특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와 과학을 이야기하는 이 연재에서도 당연히 할 이야기가 많은 콘텐츠다. 

최근 극장에 가지 않는 대신 ‘블랙미러’ 에피소드 몇 개를 챙겨봤다. 시즌5까지 공개됐고 30개에 가까운 에피소드가 있지만 지금까지 본 것은 겨우 5개 정도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비슷한 소재를 가진 에피소드가 눈에 띈다. 이것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미래 과학기술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아는 미래는 20세기 픽션이 상상한 많은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미러’ 시즌4의 첫 번째 에피소드 ‘USS 칼리스터’와 시즌2의 마지막 에피소드 ‘화이트 크리스마스’에는 ‘인격을 복제한다’는 소재가 등장한다. 한 사람의 유전자를 복제하면 사이버 상에 같은 인격을 가친 개체가 생긴다. 

이것은 백지상태에서 머신러닝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형성하는 인공지능(AI)과는 다르다. 머신러닝이 필요 없이 실제 인간의 기억과 버릇, 인격을 사이버 상에 복제하는 것이다. 이 기획연재에서 소개했던 영화 ‘채피’처럼 인격을 기기에 옮겨 새로운 AI가 되는 것과 유사하다. 차이점은 ‘블랙미러’에서는 복제된 인격이 자신이 복제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갈등이 생긴다. 

‘USS 칼리스터’에서는 주인공 로버트가 가상현실 게임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유전자를 훔쳐 캐릭터를 복제한다. 복제된 캐릭터는 오프라인의 실제 인간과 외모와 버릇, 말투, 목소리가 모두 똑같지만 사이버 캐릭터에 불과하다. 

'블랙미러:화이트 크리스마스'. [사진=넷플릭스]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는 인간이 자신에게 최적화된 홈 IoT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IoT 허브가 되는 AI 스피커에 자신의 인격을 복제한다. 토스트 굽기나 일어나는 시간, 음악취향 등을 가장 잘 아는 이 인격은 별도의 머신러닝이 없이 이용자의 기호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가장 현실적이고 최적화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자의식을 가진 이 캐릭터들은 자신이 복제됐으며 온라인상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한다. 

이것은 과거 ‘복제인간’에 대한 이슈들과 유사하다. 마이클 베이의 영화 ‘아일랜드’는 썩 과학적이진 않았지만 복제인간 이슈에 가장 직접적으로 접근한 영화다. 

‘아일랜드’는 가까운 미래에 부유층들이 장기이식을 위해 자신을 복제하는 서비스를 다루고 있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복제인간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를 제공한다고 이용자들에게 소개했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를 형성하기 어려워 의식이 있는 복제인간들을 가둬두고 있다. 이들은 회사에서 제공한 거짓된 세계관에서 자라다 때가 되면 장기를 빼앗긴 채 죽임을 당한다. 

‘아일랜드’의 성과라면 “자아를 가진 복제인간의 인권은 보장 받아야 하는가”라는 논란을 낳았다. 줄기세포 복제와 복제양 돌리가 이슈가 됐던 시기에 비하면 지나치게 앞서 나갔지만 인격을 복제하는 시대의 윤리는 분명 생각해 볼 일이다. 

다만 이 물음은 “의식만 남은 인간은 산 사람인가”, “의식이 데이터화 돼서 살아있는 존재는 인간으로 규명해야 하는가” 이후에 제기돼야 할 것이다. 

‘블랙미러’가 제시하는 과학 이슈는 SF영화에서 익히 봤던 것들보다 더 진화해있다. SNS 시대부터 환경오염으로 인한 디스토피아까지 가깝고도 먼 미래에서 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아직 우리가 기대해야 할 미래가 많이 남았다는 것이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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