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코스피가 2.8% 급락하며 1,900대로 밀려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4.66p(2.78%) 내린 1,908.27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36포인트(3.93%) 내린 595.61로 종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11일 코스피가 2.8% 급락하며 1,900대로 밀려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4.66p(2.78%) 내린 1,908.27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36포인트(3.93%) 내린 595.61로 종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급락세가 진정되는 듯 했던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가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며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외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유가 급락의 충격을 막기 위해 각종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고 국내 금융당국도 지난 10일 공매도 규제 강화 등의 조치를 내놓았지만, 금융시장에서 나날이 커지는 '경기 침체'의 공포를 막는 데는 역부족인 양상이다.

규제 시행 첫날인 이날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11개 종목 중 제이에스티나와 앱클론을 제외한 9개 종목이 모두 강세를 보이면서 규제 약발이 먹히는 듯 했지만, 수백개가 넘는 종목은 계속 곤두박질을 쳤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 반응도 싸늘하다.

11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2.78% 떨어진 1,908.27에 마감했다.

앞서 코스피는 장중 한때 1,898.27까지 떨어지면서 낙폭을 3.29%까지 키우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001억원, 464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급락을 주도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 가격이 내려가면 이를 싼 가격에 사들여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보는 투자 기법이다.

하지만 공매도는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이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논란을 일으키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원성을 샀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공매도 세력이 기승을 부리자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공매도종합포털을 보면 코스피가 4% 넘게 폭락한 지난 9일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은 8933억원으로 관련 통계 수치가 있는 2017년 5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기존 최대 기록은 2018년 3월 8일의 8224억원이었다.

결국 정부는 공매도 규제를 발표했다. 다만 많은 투자자가 요구해온 공매도 한시적 금지가 아니라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요건을 완화하고 거래 금지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9일까지 3개월간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면 10거래일(2주일)간 공매도가 금지된다. 공매도 금지 기간이 현행 1거래일에서 대폭 늘었다.

코스피 종목은 당일 공매도 거래대금이 직전 40거래일간 공매도 거래대금 평균의 3배 이상, 코스닥 종목은 그 2배 이상 증가하면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다. 애초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기 위한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 배율은 코스피 6배, 코스닥 5배였다.

또 주가가 20% 이상 하락한 종목에는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 배율을 코스피 2배, 코스닥 1.5배로 낮춰 적용한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공매도 규제가 주가 반등을 이끌 정도의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매도 규제 첫날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이디 'tenk***'를 쓰는 한 네티즌은 포털사이트에 "이걸 대책이라고 내놓는 정부가 정말 한심하다. 한시적이라도 전면금지를 해야 실효성이 있지 이건 그냥 생색내기 아닌가. 국민은 안중에도없는 정부는 총선에서 두고보자"는 의견을 올렸다. 

'coco****'아이디를 사용하는 또 다른 네티즌은 "공매도로 주가조작 충분히 가능한데 4프로씩만 계속 하락시키면 어쩔건데? 이게 대책이라고 누구 머리에서 나온거냐? 2008년 2011년엔 왜 전면 금지했겠냐. 어설픈 대책은 효과 없기 때문이야" 등 반응을 보이면서 공매도의 일부 금지보다는 전면 금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디 'ysh0****' 네티즌은 장 마감후 "공매도 제한조치가 효과가 없다는 것으로 왜곡시키려고 외인과 기관(특히 장이 어려울때 팔아치우는 국민연금)이 무차별적인 매도공세를 펼치고 있다. 공매도 폐지가 꼭 필요하다. 외인투자자금 철수운운등은 괘변이다. 지난 정권과 너무도 차이가 난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등 두 차례 한시적으로 정부가 공매도를 금지했었다.

금융위기 때는 2008년 10월 1일부터 이듬해 5월 31일까지 8개월 동안 전 종목의 공매도가 금지됐다. 2009년 6월 1일에는 우선 비금융주만 공매도 금지가 해제됐다.

2011년에는 8월 10일부터 11월 9일까지 3개월간 모든 종목의 공매도가 금지됐다. 이후 2011년 11월 10일 다시 비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가 풀렸고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는 2013년 11월 14일 해제됐다.

그러나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 주가지수 상승률을 보면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SK증권이 작년 8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공매도 금지 기간에 코스닥은 10.0% 상승했으나 코스피는 3.4% 하락했다. 2011년에는 코스피(-12.1%)와 코스닥(-9.9%) 모두 하락했다.

SK증권은 "오히려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이 좋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용해 공매도 금지가 주가의 적극적인 반등을 이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공매도 금지보다 약한 이번 공매도 규제가 직접적인 증시 부양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부의 공매도 규제가 시장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비치면 투자심리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시각도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하던 외국인은 2008년 공매도 금지 기간에 5조1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공매도 금지가 투자심리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가 내려가는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크게 둔화하고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공매도를 규제한다고 그 이유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공매도가 시장 공포심을 증폭하는 효과가 있다"며 "공매도 금지가 증시 부양 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하지만 금지가 아닌 규제 강화도 시장 투자심리 안정에는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불안한 증시를 진정시키려면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도 강화에 그치지 말고 한시적으로라도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계속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제기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요구에 동참하자'는 청원에는 11일까지 2만명 넘게 추천했다. 지난달 28일 올라온 이 청원은 이달 29일 마감된다.

김 의원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금융위에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즉각 실행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김 의원은 "얼마 전 요구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즉각적으로 실행돼야 할 때"라며 "안 그래도 주가 급락으로 불안정한 우리 주식시장이 공매도로 더 흔들리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재빠른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0일 성명에서 "지금 주식시장의 공매도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로, 이들이 코로나19를 악용해 공매도를 무차별적으로 늘리고 있어 국내 주식시장의 하방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내 주식시장의 피해와 불안정성을 더욱 키우기 전에 선제적으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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