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훈 창업주 탄생 100주년 추모행사에서 참석한 한진그룹 관계자들이 조 창업주 묘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사진=한진그룹]

[이뉴스투데이 윤진웅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수송보국(輸送報國)’ 철학이 재조명되고 있다. 조 창업주는 수송업이 우리나라 산업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선구적 경영인으로, 교통과 수송을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기간산업이라고 강조한 인물이다. 그는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수송 사업을 확장해 대한민국 국가 경제를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 ‘수송보국’ 일념 하나로…육·해·공 종합 물류기업 만들어

1973년 5월 16일 보잉 747점보기의 태평양 노선 취항식에서 조중훈(왼쪽 네 번째)회장이 정·재계 인사들과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한진그룹]

“사업은 지고도 이기는 것이고,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것이다”

조중훈 창업주는 1945년 11월 1일 인천에서 트럭 한 대를 가지고 한진상사를 창업하며 한진그룹 태동을 시작, 탄탄한 회사로 성장시켰지만,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위기를 맞으며 한진상사의 기반은 모두 쑥대밭이 됐다.

조중훈 창업주를 다시 일으킨 것은 ‘신용의 힘’이었다. 조 창업주는 평소 사업가의 기본 소양을 ‘신용’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그의 신용 관련 일화는 잘 알려졌다.

특히, 미군 겨울 파카 도난 사건이 유명하다. 1956년 한 차량 운전기사가 수송을 맡은 미군 파카 1300여벌을 남대문 시장에 팔아넘기는 사고가 발생하자 그는 도난당한 물건이 유통되는 대로 전부 사들이도록 직원에게 지시했다. 당시 3만 달러라는 손해를 봤지만, 미군들로부터 신용을 얻을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는 축적한 경험과 자금을 바탕으로 수송·물류 사업의 범주를 넓혀 안정성을 다지기 시작했다. 1967년 7월 해운업 진출을 위해 대진해운을 창립하고, 그 해 9월엔 베트남에 투입된 인원과 하역장비·차량·선박 등에 대한 보험료를 관리하기 위해 동양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를 인수했다. 이어 1968년 2월 한국공항, 8월 한일개발을 설립 등을 거쳐 9월 인하공대를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이듬해인 1969년엔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대한항공을 설립했다. “국적기는 하늘을 나는 영토 1번지고, 국적기가 날고 있는 곳까지 그 나라의 국력이 뻗치는 게 아니겠소. 대통령 재임 기간에 전용기는 그만두고서라도 우리나라 국적기를 타고 해외 여행 한 번 해보는 게 내 소망이오”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간곡한 권유를 받아들인 결단으로 본격적으로 항공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그는 1977년 5월 육·해·공 종합수송 그룹 완성을 위해, 대진해운을 해체하고 한진해운을 설립했으며, 1989년 5월 한진중공업을 출범시켜 청운의 꿈을 이뤘다.


◇ ‘사업은 예술이다’ 조중훈 창업주의 경영철학


1969년 3월 김포공항에서 열린 대한항공공사 인수식
1969년 3월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공사 인수식이 열렸다. [사진=한진그룹]

“한 예술가의 혼과 철학이 담긴 창작품은 수천 년이 지나도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듯이, 경영자의 독창적 경륜을 바탕으로 발전한 기업은 오랫동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사업은 예술과 같다”

조중훈 창업주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창조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예술가처럼 기업가 역시 이 같은 신념과 노력으로 사업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진정한 낚시꾼은 한 대의 낚싯대로도 많은 물고기를 잡는다”라는 ‘낚시대 경영론’을 설파했다. 한진그룹이 수송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업만 운영하는 종합물류그룹로 성장한 이유다.

조 창업주는 ‘국민 경제와의 조화’라는 거시적 안목에서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눈앞의 이익보단 국익을 위해 손해도 부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실덩어리였던 대한항공공사, 대한선주와 같은 공기업을 인수하게 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경영철학 속에 한진그룹은 국민경제와의 조화를 이루며 국민 복지에 기여하고자 노력했다. 지난 2002년 조 창업주 타계 후에도 그의 경영철학, 수송산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한진그룹을 통해 계승·발전하고 있다.

한편, 한진그룹은 지난 5일 조중훈 창업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경기 용인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기념 추모행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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