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민 기자]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이 시행 8개월 만에 여러 부작용으로 폐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 중인 ‘성능·상태점검자 책임보험 의무가입’은 2016년 함진규 국회의원이 ’성능·상태점검자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함 의원은 중고차 시장의 부실한 성능·상태점검과 ‘백지 기록부’ 남발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 법을 만든 것인데, 시행 8개월 동안 보험사들의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높은 보험료다. 현재 평균 성능점검 보험료는 약 4만원 선. 사고율은 20%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사고율 70%가 넘어도 보험사의 수익이 보전된다고 볼 때 보험업계의 배만 불려주는 격이 됐다.

특히 오래된 연식의 중고차에는 8만원 이상 고액의 보험료를 지급하고 있는데,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심리를 아는 매매상들은 소비자를 대신해 보험료를 납부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책임 보험료가 소비자들 주머니에서 보험료가 나가는 구조다보니, 고액의 책임보험료로 인해 사실상 중고차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보험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해 관계자들, 즉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나 자동차매매업사업자, 성능·상태 점검자 모두 ‘기분 나쁜 소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고액의 보험료 때문에 자동차 매매사업자와 성능·상태점검자와의 분쟁도 잦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지역에선 보험사의 리베이트 관행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보험사의 ‘대리점’ 영업을 목적으로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관련 협회를 설립해 보려는 보험사업자까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성능·상태점검 업무 수행기관으로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와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 두 개가 있었지만 책임보험 시행 후 한 개의 단체가 새로 설립됐으며 현재 2~3개의 단체가 국토부에 사단법인 인가를 신청 중이다.

자동차매매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국토부와 보험사들은 책임보험을 걸어두면 중고차 성능·상태점검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고 소비자도 안심하고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시장만 혼탁하게 만들었다”면서 “국토부는 주무부처로서 한국 중고차 시장의 정서나 환경 등에 대해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중고차 배상보험이 의무보험이 된 것은 지난해 6월. 함진규 의원의 발의로 2017년 10월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됐고 국토교통부와 보험개발원, 손보사들의 협의를 거쳐 상품을 내 놓게 됐다.

하지만 함 의원은 제도 시행 3개월 만에 “입법 취지를 구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소비자 권익보호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책임보험 가입 의무를 ‘선택 사항’으로 되돌리는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책임보험 시행 후 보험사들의 과도한 보험료로 인해 매매사업자와 성능·상태점검자와의 분쟁이 늘어난 데다,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는커녕 원성만 빗발치고 있다는 것이 함 위원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정욱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회장은 “책임보험제도가 입법예고 됐을 때는 국토부 주관으로 자동차매매·정비업계나 성능점검업계, 소비자단체 등 업계 관계자들과 충분한 협의 과정을 가졌지만 정작 법 통과 후에는 보험사들이 독단적으로 보험요율을 산정하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법이 시행됐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또 “시행 초기부터 성능·상태점검 시장은 보험사의 새로운 먹거리 장터로 변질됐다”면서 “따라서 책임보험제도를 폐지하고 성능점검자 별로 임의보험 등을 가입해 소비자로부터 선택 받을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종식 대원대 교수는 “책임보험제도가 도입될 때만 해도 좋은 취지였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장에 보험료(현금)가 쌓이다 보니 뒷돈 거래나 리베이트 관행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런 부작용을 막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책임보험제도 대신 관련 법을 개정해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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