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게 기자들이 질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게 기자들이 질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결국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에게 문책경고라는 방아쇠를 당겼다. 금감원이 이번에 취한 '통보 한달 전 결제'가 은행측의 법적대응을 의식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가에선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정적이 흐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재심이나 행정소송 카드를 꺼내지 않는다면 금융인으로서의 손 회장의 경력은 사실상 끝나게 되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수장에게 위기가 닥친 우리은행 내부 분위기도 착찹하다. "금융당국이 제재를 이용해 민간 경영의 영역까지 침범한다"는 볼멘 목소리다. 임직원은 물론 노조도 "내부통제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금감원이 무리하게 대표이사에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권한 남용"이라고 반발하는 중이다.

우리은행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점은 손 회장을 대체할 수 있는 경영능력을 갖춘 내부인사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말 임기 3년의 차기 우리금융 회장 후보로 단독추천 받았다. 하지만 처분이 확정되면 앞으로 3년간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정년을 앞둔 63세가 돼서야 관련 업종에 다시 종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은퇴로 봐야 한다.  

눈 여겨 볼 것은 윤석헌 금감원장이 금감원 제재심의원회에서 의결한 은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지난 3일 서둘러 결제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징계가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 통보는 3월초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 직전에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장 등에 대한 중징계는 금감원장 전결 사안이다. 그동안 윤 원장은 재심·행정소송을 불사한다는 우리은행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왔다. 한달이나 빠르게 이뤄진 결제 조치가 우리은행측의 법적대응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윤 원장이 제재 확정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보이면서 은행측의 대응 방안도 선명해졌다. 학계에서 관치를 가장 많이 비판해온 윤원장이 이러한 정반대 행태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우리금융 이사회 역시 손 회장에 대한 징계는 부당하다는 분위기다.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감시·감독을 소홀히해 조국사태를 유발해 국민의 지탄을 받아온 금감원이 판매자인 은행만을 마녀사냥하는 측면이 크다는 주장이다. 

한편 적극적인 소명을 통해 징계 수위를 낮추는게 최선이지만 기업 경영이 외부로부터의 압력에 의해 위협을 받을 경우 행정소송이 부득이한 저항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간산업으로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조업정지 명령을 받은 현대제철·영풍제련소 등이 이 같은 법적 대응 방식으로 기업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 한국의 실상"이라며 "정부의 제재가 잡을 수 있는 하나라도 잡자는 식으로 형해화(形骸化)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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