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스핀 반도체가 발견된 흑린의 결정 구조. [사진=한국연구재단]
유사스핀 반도체가 발견된 흑린의 결정 구조. [사진=한국연구재단]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인(P) 원자로 만들어진 검은 빛깔 신소재 흑린에서 새로운 종류의 반도체를 발견했다. 인 원자는 빛을 내는 신비한 물질로 처음 발견된 원자번호는 15번이다.

한국연구재단은 김근수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흑린에서 ‘유사스핀 반도체’를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유사스핀 반도체는 기존 반도체에 비해 더 적은 전력 소모로 더 우수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어 이번 연구성과가 큰 의미가 있다.

흑린(Black Phosphorus)은 원자번호 15번 인 원자가 주름진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물질이다. 성냥머리에 사용하는 적린(Red Phosphorus), 폭약에 사용하는 백린(White Phosphorus)과 달리 매우 안정한 물질이다. 

종전까지 반도체 기술에서는 외부 전기신호로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저장했다면 흑린의 독특한 성질인 유사스핀을 활용할 경우 외부 전기신호로 유사스핀 방향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보다 효율적인 정보처리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유사스핀은 두 개의 부분 격자를 갖는 물질에만 나타나는 전자의 새로운 성질로 전자 스핀과 유사한 성질을 갖고 있다.

물질의 구성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경우 전자의 유사스핀이란 새로운 성질이 나타나는 것은 알려져 있었으나 이 유사스핀이 정렬돼 제어할 수 있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물질의 벌집구조에 특정 방향으로 주름이 생길 경우 유사스핀이 그 방향으로 정렬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주름진 벌집구조를 갖는 흑린에서 유사스핀의 방향을 측정한 결과 95% 이상 한 방향으로 정렬돼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 과정에 물질 속 전자의 유사스핀 방향을 측정할 수 있는 실험 기법을 직접 고안해 사용했다.

특히 이 같은 정렬현상은 고온까지 안정적이고 흑린의 두께와 무관하게 나타나기에 더욱 활용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유사스핀 반도체를 이용해 유사스핀 거대자기저항효과 발견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대자기저항효과는 전자 스핀 정렬방향에 따라 높은 자기저항비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하드디스크 등에 활용된다. 

김근수 교수는 “유사스핀 반도체는 자성 반도체의 유사스핀 버전”이라며 “자성반도체의 발견이 스핀트로닉스 분야를 개척한 사례에 비춰 볼 때 유사스핀 반도체의 발견은 ‘유사스핀트로닉스’라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의 신생 분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선도연구센터, 해외대형연구시설활용지원)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지(Nature Materials)에 4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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