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한 채만 있으면 만사 걱정 없을 줄 알았는데 앞으로 낼 세금 걱정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 마포구 아현동 한 아파트에 사는 박모씨(51세·여)는 집값 상승이 달갑지 않다. 박모씨의 아파트가 시세 9억원에 가까워지면서 고가주택 기준에 부합할 수 있어서다. 평생을 목표하던 내 집 한 채를 마련한 이후 간단한 소일거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박모씨에겐 앞으로 내야 할 세금이 막막하기만 하다.

고가주택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돌파하면서 고가주택 기준의 시작점인 9억원이 일반화돼서다.

정부가 부동산 안정화를 목표로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내놓는 가운데 고가주택 기준 재정립은 정부의 자신감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실제로 시행되기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1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121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8억9751만원)보다 1.6% 오른 것으로 사상 처음으로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어섰다. 중위가격은 주택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가격을 말한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픽사베이]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픽사베이]

고가 주택 기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현재 시세가 9억원을 초과하면 고가주택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12·16 부동산대책에선 시세 9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 규제를 강화해 9억원 초과분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에서 20%로 낮췄다. 9억원 이상 주택을 팔면 1주택자라도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가 하면 아파트 분양을 받을 때도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분양가의 60% 수준인 중도금을 현금으로 조달해야 한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저가 노후주택이 재개발·재건축으로 신축으로 교체되는 등 표본 구성이 변하면서 실제보다 집값 변동이 과잉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7억9800만원으로 집계됐다.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중위가격과 1억원 차이다.

문제는 현재 고가 주택 기준이 2008년 이후 12년째 제자리라는 점이다. 고가 주택 기준은 1999년 '실거래가 6억원 초과'로 정해진 이후 2008년 ‘9억원 초과’로 한 차례 올랐다. 급상승하는 집값과 동떨어진 기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7년 1월 5억9585만원으로 6억 원을 넘기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에도 6억635만원 수준이었지만, 2018년 1월 7억500만원, 지난해 1월 8억4025만원으로 급등했다. 초강력 규제라고 불리는 12·16대책에도 고가주택 기준인 9억 원을 넘어서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간이 변하면 기준도 바뀌기 마련인데 종부세 등은 바뀌지 않고 있다”며 “강남 지역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지역이 강남이라는 이유로 적폐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마포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부동산 전망에 대해선 “시간이 지나면 떨어진다는 의견은 매번 부동산 정책 때마다 나왔던 이야기다. 주춤했다가 다시 상승을 반복하는 것을 수없이 지켜봐 왔음에도 떨어질 것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소폭 하락할 수는 있으나 금세 우상향을 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고가주택 기준 재정립은 현 정부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부동산 안정화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고가주택 기준 재정립은 정책의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10년 넘게 제자리걸음 중인 고가주택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 결정 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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