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IBK기업은행장에 임명된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는 노조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임 IBK기업은행장에 임명된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는 노조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IBK기업은행 노조의 윤종원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이 8일 차를 맞았다.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수차례 출근을 시도했지만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지난 3일 노조 측은 서울 을지로 본점 후문에 진을 치고 윤 행장의 진입을 막았고, 윤 행장은 출근 첫날부터 노조 측과 대화조차 하지 못한 채 2∼3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노조원들은 "함량 미달 낙하산 행장을 반대한다",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직접 윤 행장에게 "우리 입장은 이미 전달했으니 더는 정권과 대통령에게 부담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하는 게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그가 은행 현장 경험이 없는 관료 출신이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윤 행장이 사퇴할 때까지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윤 행장은 "함량 미달 낙하산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은행은 1만4000 가족들의 일터이기도 하지 않나.열심히 해서 잘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윤 행장은 업무 8일 차인 이날도 노조의 반발로 을지로 본점으로 출근하는 대신 금융연수원에서 업무를 챙겼다.

그는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임명을 두고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노동조합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바른 경영'을 하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윤 행장은 "언제든지 만나자고 했다"며 "일단 만나서 노조가 걱정하는 게 뭔지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듣고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직 노조는 이런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는 "노조 등 일부의 우려를 알고 있고, 노사 모두 은행 발전을 위하는 마음은 같다고 본다"며 "노조를 협상 파트너로 존중하고 다양한 현안에 의견을 경청해서 건설적이고 성숙한 노사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일각에서 협상 카드로 거론하는 '노조추천이사제'와 관련해선 "어떤 제도든 운용하기에 달려있다고 본다"며 "기업 경영에 있어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 중소기업을 비롯한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참여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안팎으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이슈"라며 "정부 차원에서 논의돼야 하는 부분도 있으니 앞으로 (노조) 얘기를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간의 제 경험과 이력을 보고 판단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 관료 시절 거시경제, 국내·국제금융, 재정, 산업, 구조개혁 등 경제정책 전반을 담당했다.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IBK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하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노조원들이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IBK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하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노조원들이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 현장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는 "현재 보고를 받고 있는데 업무 파악에 큰 어려움은 없다"며 "일부 익숙지 않은 부분이 당연히 있지만 임직원과 함께 풀어나가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그는 "행장을 비롯한 임원 선임과정의 절차적 투명성과 관련한 부분은 정부와도 상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경영 계획과 관련해선 아직은 직원 보고를 받으며 구체화하는 단계라면서도 '혁신 금융을 통한 경쟁력 제고'와 '바른 경영'을 키워드로 들었다.

그는 "의사도 실력을 갖추고, 돈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를 위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환자가 신뢰한다"며 "혁신을 통해 은행의 실력을 키우고 중소기업의 금융 수요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지속가능한 이익이 수반돼야 가능한 것"이라며 "적정 수준의 이익 확보와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내부 경영에 있어선 공정과 포용이라는 확고한 기준을 제시했다.

윤 행장은 "직원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게 곧 은행의 경쟁력"이라며 "우선 인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청탁과 줄서기에는 불이익을 주는 등 후진적인 관행은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사 기준을 투명하게 정립하고,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성별 다양성, 본부와 영업점 간의 균형, 장애인 등 경제적 약자를 위한 배려에도 신경 쓰겠다고 공언했다.

직원 역량과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그는 "국제기구에 근무할 때 보면 상사가 자기 시간의 3분의 1은 부하 직원의 역량 개발과 경력 관리에 쓰더라"며 "실력을 배양할 기회와 채널을 확대하고 직원 복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침마다 무거운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는 그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은행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나중에 성과를 갖고 평가해달라"고 전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신년인사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청와대에 제청했고 그분(윤 행장)이 적합하다는 것은 전체 이력을 보면 나온다"며 "그분이 외부에서 왔다는 건 사실이지만 기업은행 직원들도 겪어보면 훌륭하고 능력 있는 분이라는 걸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일단 새 은행장이 노조와 얘기하는 걸 옆에서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며 "어차피 두 당사자가 해결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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