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이자율이 연 1%에 불과한데도 시중은행 통장에 계속 돈이 쌓여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곧 0%대 예금금리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여전히 은행의 정기예금과 적금으로 향하는 것이다.

1일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등 저축성 예금의 잔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0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적금 잔액은 706조7868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13조8566억원(2.0%) 늘었다.

1월엔 642조7746억원, 4월엔 657조3133억원, 7월엔 678조3083억원을 기록했다. 9개월 새 64조원이 늘었다.

이런 증가세는 다소 이례적이다. 일정 기간 돈을 맡겨두면 짭짤한 이자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대는 일찌감치 지났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는 지난 7월과 10월 두차례 인하로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떨어졌다. 이런 흐름을 따라 시중은행 예금금리도 내려갔다.

현재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1% 초중반에 불과하다.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사진=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사진=연합뉴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중 이율이 연 1.5%를 넘는 상품은 농협 '왈츠회전예금2'(1.69%)뿐이다.

여기에 지난 10월 기준금리 인하 영향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로 예금금리가 내려갈 여지가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은행 예금에 돈이 몰린다는 것은 달리 갈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금리와 관계없이 안전한 은행 예금에 자금이 몰리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은행들도 반색하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경기 둔화 우려에다 부동산은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가 버티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원금 손실 논란을 빚은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 사태로 위험 회피 성향이 커졌다.

중위험·중수익 투자처로 주목받던 주가연계증권(ELS)마저 홍콩 민주화 시위로 인한 홍콩H지수에 대한 불안감 등이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훈풍이 부는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역시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반면 은행들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新)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규제를 앞두고 예금액을 더 많이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예대율 규제는 가계대출엔 가중치를 15%를 높이고 기업대출엔 가중치를 15%를 낮춘다. 예대율을 100% 이내로 맞춰야 하는 은행들로선 예금액을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은행들이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예금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선뜻 이를 실행하지 않고 눈치만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도 증가하는 추세다.

5대 은행의 요구불 예금 잔액은 10월 말 기준 465조2532억원이다. 9월 말(471조574억원)보다는 줄었지만 1월 이후 전체적으로 보면 꾸준히 늘고 있다.

요구불 예금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금리가 정기예금·적금보다 크게 낮다. 은행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을 주고 당장 대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요구불 예금은 유치전이 치열한 분기 말에 잔액이 치솟는 등 일부 부침이 있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이라며 "고객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 자금을 넣어뒀다가 적당한 투자처를 찾으면 언제든 찾아 떠나는 대기자금 수요가 크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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