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스마트폰이 전화기 그 이상의 역할을 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그것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일이 가능하도록 진화했으며 우리 삶의 여러 부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똑똑한 비서를 갖게 됐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유쾌한 친구, 도서관, 신문, 놀이동산, 극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함께 하는 도구다. 그만큼 우리 삶에 밀접하게 관여한 기기다. 이는 반대로 말하자면 스마트폰 하나만 잘못돼도 우리 삶은 송두리째 파괴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스마트폰으로 인류는 종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 다소 황당해 보이는 이 물음에 나는 “예”라고 답할 것이다. 이것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나 ‘셀; 인류 최후의 날’같은 황당한 설정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두 영화에서는 악당(혹은 누군가)이 스마트폰에 무차별로 전파를 흘려보내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도록 만든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는 IT기업 CEO인 발렌타인(사무엘 잭슨)이 자신이 공급한 유심칩을 통해 괴전파를 흘려보내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도록 만든다. ‘셀: 인류 최후의 날’에서는 어디선가 흘러나온 괴신호로 사람들이 좀비처럼 변해 상대방을 공격한다. 

이들 영화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괴기스런 상상을 보여준 영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것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2017년 연구한 ‘휴대전화가 사람의 뇌에 미치는 영향: 뇌파를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장시간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뇌파 중 베타 파를 자극해 스트레스와 불안, 근육 긴장, 편집증, 불면증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베타 파는 바쁘거나 불안한 상태일 때 지배적으로 증가하는 인간의 뇌파다. 특히 오른쪽 귀에 전화를 대고 사용할 경우 스트레스와 불안 유발 영향이 더 크다. 

베타 파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살펴보자. 이 중 근육이 긴장되고 불면증이 심하다면 사람은 좀비처럼 거리를 걸어다닐 수 있다. 게다가 스트레스와 불안, 편집증이 심해지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이는 ‘스마트폰 증후군(노모포비아)’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노모포비아의 증상으로는 △조기노안 △안구건조증 △거북목 △주의력 결핍 △손목터널 증후군 △수면장애 △디지털 치매 △우울증 △충동조절장애 △대인 예민증 등이 있다. 이 증상들은 대체로 ‘좀비’나 ‘분노에 차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셀: 인류 최후의 날'. [사진=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이같은 특징 외에도 스마트폰에 탑재된 인공지능(AI)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현재의 AI는 세계 최초 바둑기사 이세돌에게 4승 1패를 거뒀으나 수능을 대신 쳐봐도 ‘대학 못 갈 수준’의 점수를 받는다. 넷플릭스의 AI 추천 서비스는 애니메이션 ‘벅스라이프’를 재밌게 본 관객에게 ‘인간지네’를 추천한다. 

현재의 AI는 인간의 충직한 비서다. 요구하는 것들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수행해낸다. 미래학자들이나 과학자, 일부 픽션들이 경고하는 것처럼 AI가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설령 그런 세상이 온다 하더라도 그때까지 살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그러나 AI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녀석이다. AI의 학습속도는 인간이 학교나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충분한 학습데이터가 확보된다면 AI는 곧 인간의 수준에 도달하고 이를 뛰어넘을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AI에게 점점 의존하게 될 것이다. AI는 가장 가까운 대리운전을 불러주고 길을 찾아준다. 기분에 맞춰 음악을 들어주고 영화를 추천해준다. 언젠가 AI가 우리의 행동과 사고, 감정을 지배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니깐 인간은 정체되고 AI는 진화하는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2014년 “생각하는 로봇 개발을 위한 완전한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인공지능이 언젠가는 빠른 속도로 자체 개량하면서 비약적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인간 능력의 진화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대적하지 못할 것이라고 호킹 박사는 설명했다.

픽사 애니메이션 ‘월-E’에서도 AI에 의존하다가 지구로 귀환하지 못할 뻔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폰이 인간의 진화에 영향을 주고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휴대할 수 있는 SNS의 익명성에 의존해 타인에게 끔찍한 말을 마구 내뱉고 그것을 즐기는 비이성적인 인간들이 많다면 인류는 조만간 멸종해도 싼 존재가 될 것이다. 

그보다 직접적으로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맨홀에 빠지거나 전봇대를 들이받고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경로든 스마트폰이 인류의 멸종을 조금 앞당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음 주에는 이 연재의 ‘인류 멸종’ 연재의 마지막 주제로 ‘벌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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