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민 기자] 서울의 한 정비업체 사장은 ‘미납한 조합 회비를 내라’는 조합측 직원의 추궁에 화가 잔뜩 났다. 조합 이사장 선거 때만 되면 듣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는 “10년 전부터 해서 지금까지 밀린 회비가 고작 몇 십만 원밖에 안 되는데, 이것 때문에 투표권을 주느니, 못 주느니 하는 얘기를 들어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이 사장은 “과거 지로 용지로 조합비를 내던 시절엔 조합 직원들의 불찰로 미납으로 기록된 경우가 꽤 있었다”면서 “선거 때만 되면 조합원들에게 이런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푸념했다.

서울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이하 서울조합)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측이 ‘회비를 미납한 조합원들의 선거권을 제한한다’는 공문이 발송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조합 이사장이 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조합측이 특정 후보를 편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과거 서울조합 이사장 선거 때마다 많은 ‘선심성 공약’들이 남발됐지만 그중 가장 큰 압권은 미납 회비를 대신 내주겠다는 것이었다. 특정 후보가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해주면 미납한 회비를 탕감시켜주겠다’는 식이다.

물론 위 사례에서처럼 직원 불찰 등으로 본의 아니게 ‘회비 미납 조합원’으로 찍힌 이들도 있다. 이들은 어떤 후보가 나오느냐에 따라, 혹은 누가 이사장이 되느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

오는 27일 선거를 앞두고 있는 서울조합원들이 10~20년 전에 미납한 회비 때문에 투표권을 제한받게 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12일 서울지역 자동차검사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조합은 지난 4일 ‘제 14대 이사장 선거권 제한 안내’라는 공문을 통해 선거일로부터 역산해 가입비를 완납한지 180일을 경과하지 않거나 2019년 10월까지 월정 조합비가 6개월 이상 밀린 조합원에게 선거권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서울의 한 자동차정비업체 대표는 “과거 이사장 선거 때마다 회비를 대신 내주겠다는 후보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 후보들이 정말 대납을 했든, 서류를 완납으로 조작 했든 ‘혜택’을 받은 조합원들은 투표장으로 나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와서 10~20년 전의 회비를 내지 않아 투표권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서울조합의 이번 조치는 미납회비를 명분 삼아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조합원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거를 앞두고 조합 직원이 어떤 기준과 원칙을 갖고 선거권 여부를 판단하는지 대다수 조합원들은 알 수가 없다”면서 “형평성 차원에서 미납한 조합원들을 모두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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