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병윤 기자] '오디션 왕국'으로 군림하던 엠넷이 명성 유지의 핵심 동력이 된 투표시스템의 붕괴로 개국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워너원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을 배출하는 데 공헌한 '국민 프로듀서'는 결국 허울에 가까웠다는 게 증명되면서 오디션 장르 자체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

프로듀스 101 시즌2 [사진=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 [사진=엠넷]

◆'슈스케' 발돋움-'프듀2' 대박 안긴 '국프' 시스템

마치 육성 게임하듯 '시청자의 손으로 직접 데뷔시킨다'는 엠넷의 시스템은 '슈퍼스타K' 시절부터 빛을 발했다.

허각처럼 비범한 능력을 지니고도 주변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온 인재들을 100원짜리 문자투표 한 번으로 슈퍼스타 자리에 올려놓는 시스템은 우리 모두에게 대리만족이라는 쾌감을 안겼다.

엠넷은 '슈퍼스타K' 시리즈를 통해 확인한 '직접 투표'의 위력을 가요계 가장 '핫한' 아이돌 시장에 접목했다. 이른바 '프로듀스 101' 시리즈다.

'프로듀스 101' 첫 번째 시즌은 "소녀들을 성 상품화한다"는 비판 속에 시작했지만 결국 아이오아이라는 화제의 프로젝트 걸그룹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이오아이의 재결합은 방송 종영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제가 될 정도다.

시즌1으로 화제몰이에 성공한 '프듀' 제작진은 시즌2 테마를 팬덤 화력 좋기로 소문난 보이그룹에 맞췄다. 또 매주 시청자 투표로 순위가 갈리는 '국민 프로듀서' 시스템을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데뷔도 안 한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팬들의 옥외광고가 잇따랐다. MC 보아가 "국민 프로듀서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시청자들은 정말 PD가 됐다. 그렇게 데뷔한 워너원은 '엑방원'(엑소·방탄소년단·워너원)으로 불릴 정도로 단시간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JBJ 등 '파생그룹' 인기도 대단했다.

시즌3 격인 '프로듀스 48' 역시 시즌2에는 못 미쳤지만 데뷔 그룹인 아이즈원은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시즌4인 '프로듀스 엑스(X) 101'으로 탄생한 엑스원도 1군급 팬덤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됐다.
이렇듯 투표 조작 논란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국민 프로듀서' 시스템은 엠넷에 매번 '대박'을 안겼다.

아이돌학교 [사진=엠넷]
아이돌학교 [사진=엠넷]

◆전성기에도 포착된 조작 정황…늦은 대처로 화 키워

그러나 대박의 한가운데서도 균열의 조짐은 있었다.

'프듀' 시리즈를 비롯해 마찬가지로 걸그룹 선발 프로그램이던 '아이돌학교'까지 속칭 '피디픽'(PD Pick)과 수상한 득표수 관련 의혹은 종영마다 제기됐다.

특히 제작진이 특정 기획사 연습생을 화면에 더 많이 노출하거나, 인위적인 듯한 서사 구조를 만들어 팬 또는 안티팬을 양산하는 연출 방식을 둘러싼 논쟁은 늘 있었다.

하지만 오디션 장르를 선도한 엠넷은 이러한 논란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거나 해명하기보다는 특유의 편집 방식과 시스템을 고수하며 정상의 인기를 맘껏 누리는 데 골몰했다.

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 '프듀' 시리즈 수장 안준영 PD도 과거 시즌2 성공 후 인터뷰에서 "편집과 투표 시스템 등 논란은 '뻔하지 않게' 하려는 욕심에서 비롯했다"고 언급해 '자극성'은 불가피했다는 식의 답변을 내놨다.

국내 오디션 문자 투표 시스템은 사실상 단일화한 상태다. 투표 관리 업체가 한 곳인 데다, 엠넷의 '프듀' 성공 후 해당 시스템이 거의 굳어진 탓이다. '프듀X'에서 조작 정황이 포착됐다면 다른 '프듀' 시리즈와 엠넷 타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의심 역시 짙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초에 투표 투명성을 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흥행만을 고집하며 '시스템 중간 점검'을 하지 않은 엠넷이 결국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통화에서 "애초에 투표라는 것은 투표 관리하는 측에서 신뢰를 담보할 만한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굉장히 불투명하고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데 그런 게 없는 상태에서 일개 제작진이 대규모 투표를 관리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과도하게 '국프'라는 이름이 부풀려져 홍보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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