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신혼부부 주거지원 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신혼부부 주거지원 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윤진웅 기자] 서울시가 신혼부부 주거지원에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사실혼부부를 지원대상에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저출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다음 대선을 위해 복지정책으로 젊은 부부들의 환심을 사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원순 시장은 28일 서울시청 기자브리핑룸에서 3년간 3조원을 투입해 연간 2만5000쌍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신혼부부 주거지원 사업'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금융지원' 기준을 완화하고 '임대주택 입주' 물량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무주택 부부에게 전·월세 보증금을 최대 2억원까지 저리로 융자하고,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기존 8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완화한다. 부부가 합쳐 월급 약 800만원 이하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어 대부분 직장인이 포함될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대상자 수는 연 5000호에서 1만500호, 지원 기간은 최장 8년에서 10년, 결혼 기간은 5년 이내에서 7년 이내, 이차보전(이자 차액 보전)은 최대 연 1.2%에서 3%로 각각 늘린다. 자녀 수에 따라 1자녀 0.2%, 2자녀 0.4%, 3자녀 이상 0.6% 등 추가 우대금리도 제공한다.

금융지원에 시가 투입하는 예산은 연 360억원 정도로 이자 지원에 해당한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360억원을 들이면 실제로 은행에서는 2조원이 나간다"며 "전세금(부담)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면서도 시는 이자만 부담하는 것이라 서로 윈윈하는 정책"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번 주거정책 대상에 사실혼부부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주거정책 대상에 사실혼부부를 포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가 사실상 사실혼부부를 법적부부와 동일하게 대우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는 앞으로 사실혼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사회 통념상 부부로 볼 수 있는 사실혼 부부도 신혼부부와 같은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게끔 추후 조례 개정과 대출 기관 협의 등으로 구체화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실질적인 사실혼 확인을 통해서 정책 목표를 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기망에 의해서 신청한다면 이는 형사적 범죄인 만큼 청년들이 그렇게까지 속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주관적인 혼인 의사가 있는지, 그리고 객관적으로 실증할 수 있는지 두 가지를 보려고 한다"며 "객관적 실증은 주민등록 등을 확인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같은 설명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박 시장이 말한 '실질적인 사실혼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청년들이 그렇게까지 속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은 서울시의 수장으로서 무책임한 설명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실혼부부에 대한 주거지원이 자칫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세태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종교 관계자는 "사실혼 부부에 따른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무리한 정책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문화가 생기면 또 다른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며 "서울시가 사실혼 관계확인서라도 떼어주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박 시장이 대선행보를 위해 젊은 부부들의 환심을 사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서울시민을 위한 정책이 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박 시장의 개인적인 목표에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현재 여자친구와 동거 중이라고 밝힌 김 모씨(32세, 남)은 "사실혼부부에 대한 주거 지원에 따라 위장 결혼, 위장 동거 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당 최대 240만원 정도의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을 받겠다고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여러 이유로 결혼을 미루고 같이 살고 있는 사실혼부부들에게 유용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지원제도는 내년부터 결혼 7년 이내, 부부 합산소득 1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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