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마트 용산점에서 소비자들이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28일 이마트 용산점에서 소비자들이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문재인 정부가 ‘포용국가’를 키워드로 배제와 독식이 아니라 공존과 상생을 강조하는 반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마트 경영해법으로 이에 역행하는 ‘초저가전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이마트 초저가전략은 2011년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도입한 취지에도 반한다.

28일 오후 이마트 용산점에는 매장 곳곳에 ‘국민가격’을 내세운 홍보 포스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매장 내에서는 반복적으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초저가 기준을 바꾼다. 스마트 초저가 실현을 위해 생산에서 판매까지 구조를 혁신했다”는 안내가 방송되고 있다.

이 시각 카트를 끌고 매장을 돌아보던 한 중년 여성 소비자는 미장센 샴푸 600ml 대용량이 2900원인 것을 보고는 “무슨 샴푸가 이렇게 싸?”하며 제품을 카트에 넣었다. 이 제품을 온라인에서 검색해보면 최저가가 3590원이다.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으로 29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대용량 샴푸 [사진=이지혜 기자]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으로 29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대용량 샴푸 [사진=이지혜 기자]

매장 안에는 이밖에도 평소 장을 보는 주부라면 시중가격을  어느 정도인지하고 있을 법한 유명 브랜드 다소비 품목들이 국민가격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순창 고추장, 서울우유 체다치즈, 도스 코파스 칠레 와인, 다농원 녹차, 남양유업 두유, 클리오 칫솔, 엘지생활건강 온더바디 워시, 락앤락 글라스용기, 벡셀 건전지 등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은 이마트가 거대 수량을 담보하고 특가를 받는 형태로, 웬만한 도매 유통업체도 받기 힘든 조건인 것은 사실”이라며 “정용진 부회장 말대로 따라갈 수 없는 초저가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경쟁력 강화 노력에는 초저가전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더해 이마트는 할인 판매 진행과 마케팅을 위해 비용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2분기에는 영업적자 299억원을 기록했고, 3분기에도 전년동기 대비 41% 영업이익이 날아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마트는 가격 협상력으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초저가에 내놓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이마트는 가격 협상력으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초저가에 내놓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명 브랜드 제품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지만, 여전히 2011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배경을 되짚어보게 한다. 당시 여론은 ‘대형마트는 일반 소상공인 유통채널과 비교해 싸다고 인식된다. 또 한 곳에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 편리성이 있어 중소상인과 기존 재래시장은 경쟁 자체가 불가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한 헌법 제119조에서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면서도 2항에서 다시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밝힌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싸게 팔면 안된다는 여론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최근 현실은 쿠팡같은 이커머스가 이마트보다 싸게 팔았고 2011년과 상황이 달라졌기에 이마트도 생존을 위해 가격 혁신을 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부처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대기업 입장과는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 관계자는 “의무휴업을 도입하게 된 개정 취지도 그렇고 대기업만이 살아남는 유통산업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유통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 산업이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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