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154kV XLPE 송전케이블. 이 케이블은 한전이 발주한 생산업체가 무려 11년째 방치하고 있었다. [사진=김규환 의원실]
한전의 154kV XLPE 송전케이블. 이 케이블은 한전이 발주한 생산업체가 무려 11년째 방치하고 있었다. [사진=김규환 의원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규환 의원(자유한국당)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착오 발주, 과다 발주, 발주 후 방치 등 재고 관리 부실로 수 백억원 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 전력량을 계량하는 G-type 전력량계는 저압으로 공급받는 일부 고객에게만 사용할 수 있어 사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품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수요조사도 하지 않은 채 합리적인 기준 없이 2015년에 약19만4000대(약 155억원)를 주문했다.

한 해 평균 1만대 가량을 사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19배나 사들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올해 8월 기준 재고량은 17만4000대로 이중에서 78%에 해당하는 13만7000대(98억800만원)는 유효기간 만료로 폐기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의원은 2017년 한전 국정감사에서 지능형 전력계량시스템(AMI)의 기기보안이 취약해 소비자의 개인정보가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후 한전은 DCU와 모뎀간의 보안성을 강화해 4차 산업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 보안성이 강화되면서 AMI 1~3차 구축 사업 시 구매한 자재를 4차 사업에 혼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4차 사업이 진행 중인 올 8월 기준 1~3차 사업용 158억원 규모의 잔여자재는 구체적인 대안 없이 방치된 상황이다.

김규환 의원은 “발주 부서는 생산업체 보관 자재 현황을 관리하지 않고 공사 부서는 공사건별 자재만 관리하면서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며 “즉시 활용 가능한 생산업체 보관 자재와 동일한 자재를 추가 구매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설계 물량 외 청구, 소요 시기를 고려하지 않은 발주, 소요 물량에 대한 검증절차 부재로 과다 청구돼 생산업체에 방치돼 있는 재고금액은 677억원이었으며, 생산업체에 11년째 방치되어 있는 케이블도 있었다.

더욱이 보관자재의 95%를 차지하는 전력케이블, 기기류, 합성수지 파경관 등은 장기 보관에 따른 신도율이 저하되면서 파손이 우려되는 품목들이라는 것이 한전 자체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대량의 재고를 장기간 생산업체 창고에 보관하면서 보관계약서 한 장 작성하지 않고, 보관료를 정식으로 지급한 사례가 한 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규환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으로 막대한 영업적자를 보고 있는 한전이 방만한 재고관리로 수백억원대 손실을 입고 있다”며 “보관계약서도 없이 보관료도 납부하지 않고 생산업체에 자재를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공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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