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ESS. [사진=LG화학]
LG화학 ESS. [사진=LG화학]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LG화학이 자사의 중국 남경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탑재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만 불이 난 것으로 확인했지만 그에 걸맞은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고 사고 원인 규명에서 직접적인 원인을 배터리가 아닌 장치 주변 시스템에 돌리면서 LG화학과의 결탁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의원실에 따르면 이 의원은 수개월째 배터리 사고의 원인과 정부 조사발표에 대한 추적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밝혔다.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ESS 화재사고는 총 14건으로 전체 화재 26건의 54%를 차지한다. 주목할 점은 14건 화재 모두 특정 시기, LG화학의 특정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것이다. 2017년 2분기에서 4분기 사이 LG화학 중국 남경공장에서 만들어진 초기 물량이다.

2018년 이후에 생산된 LG화학 배터리 탑재 ESS는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만약 열악한 설치 환경과 배터리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PCS등의 문제였다면 2018년 이후 제품에는 왜 단 한 번의 화재도 일어나지 않았는지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훈 의원은 "이 시기에 생산된 LG화학의 배터리 제품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경쟁사 삼성SDI의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 삼성SDI 제품을 탑재한 ESS의 경우 총 9건의 화재가 일어났는데 2014년 3분기 1건, 2015년 3분기 1건, 2015년 4분기 1건, 2016년 4분기 1건, 2018년 2분기 4건 등 제조일자가 다양했다. 

그런데도 정부 민관합동 조사단은 지난 6월 ESS 화재 원인에 대해 배터리시스템 결함, 전기충격에 대한 보호체계미흡, 운용환경관리 미흡, ESS 통합관리 체계부재 등 4가지를 꼽았다. 

ESS 화재가 배터리와 배터리보호시스템의 결함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명확했지만 마치 주변 장치와 설치 지역의 열악한 주변 환경이 주요 원인인 것처럼 시선을 분산시킨 것이다. 이훈 의원은 "배터리를 화재 원인으로 합리적 의심을 살 수 있는 정황이 있는데도 정부는 원인을 '물타기' 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발표한 4가지 원인 중 배터리시스템 결함과 전기 충격에 대한 보호체계 미흡은 배터리와 배터리보호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LG화학과 삼성SDI가 만들어 납품하는 배터리시스템, 일명 '배터리 랙'은 배터리셀을 외부 전기충격 등에 보호하는 보호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배터리 랙은 외부 PCS에서 고압전기 등의 충격이 들어왔을 때 배터리보호시스템에 탑재돼 있는 직류접촉기 퓨즈가 끊어지도록 해 내부 배터리를 보호한다. 

배터리 랙이 이상이 있으면 배터리보호시스템 외부에서 발화돼 배터리로 전도되거나 배터리에서 전체로 전도될 수밖에 없다. LG화학 화재사건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 배터리보호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2018년 9월 1일 발생한 충북 영동군 다니엘영동태양광 ESS화재는 LG화학 배터리 2017년 4분기 제조제품이 설치된 곳이었다. 화재 원인 감식에서 국릭과학수사연구원은 법안전감정서를 통해 “배터리 모듈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18년 12월 17일에 발생한 충북 제천의 화재도 발화 지점은 배터리였다. 2019년 5월 4일에 발생한 경북 칠곡의 사고도 LG화학의 배터리에서 시작됐다. 배터리 제조사가 자신들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발화가 PCS 부분에서 시작돼 배터리로 전도됐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증명된 바가 없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훈 의원에게 보낸 발화 지점 자료에는 국과수가 발화지점을 배터리모듈로 지목한 충북영동사고에 대해 ‘파악불가’로 적혀 있었다. 또 민관합동조사위가 조사해 배터리 랙 64번에서 최초발화가 시작됐다고 지목한 울산 대성산업가스 ESS 화재건도 국회 제출 자료에는 ‘파악불가’라고 보고했다. 국가 수사기관이 지목한 발화지점 마저 은폐한 것이다. 산업부와 LG화학간 결탈 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훈 의원은 "조사과정에서 민·관합동위 위원들 사이에 LG화학 배터리의 문제가 있으니 정부 차원에서 리콜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이는 채택되지도 조사위 활동결과 발표 시 공개되지도 않았다"며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기업이 사건은 은폐하고 물밑에서 쉬쉬하며 합의를 종용해서는 안될 일이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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