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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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이도희 기자] #직장인 김 모씨는 최근 병원에 다녀와선 오래전 가입한 보험 내용이 궁금해졌다. 자신이 피보험자로 가입된 생명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계약 내용에 대해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피보험자께는 알려드릴 수 없다"며 "계약자에게만 공개한다" 였다. 다소 황당한 답변에 김 씨는 "내 이름으로 가입된 보험인데도 알 수가 없냐"고 재차 묻자 회사 측 관계자는 "계약자에게만 공개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그럼 계약자가 나 몰래 대출을 받게되도 모르는 거냐"고 묻자 관계자는 "피보험자에게는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놨다. 결국 김 모씨는 자신이 가입된 보험임에도 어떤 내용의 보험인지 알 길이 없었다.

보험계약자가 보험사에서 대출을 받을 때 피보험자의 동의 없이도 가능한 것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보험계약자가 보험을 통해 대출을 받더라도 피보험자는 보험계약과 대출진행 여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기 때문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계약자가 대출을 신청할 때, 본인 명의 통장과 제출 서류가 필요하다. 반면 피보험자의 동의나 피보험자와 관련된 서류 등은 제출 서류가 아니어서 피보험자의 동의 없이도 계약자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한마디로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인물이 아닐 경우에 타인의 이름으로 가입된 상품을 통해 대출을 받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는 의문이 일고 있는 것. 피보험자 관점에서는 "보험사 측에서 피보험자의 권리를 축소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보험 전문가들의 의견은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대출은 결국 소유관계가 문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소유관계만 따지면 된다는 것이 법조계 다수 의견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에서 말하는 피보험자와 대출에서 얘기하는 피보험자는 성격이 다르다"며 "보험에서 피보험자, 본 계약자는 소유자이기 때문에 보통 소유자의 권한만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험계약자는 약관의 규정에 따라 보험기간 중 해지환급금의 범위 내에서 약관대출을 받을 수 있다. 약관대출시에는 보험 사고가 발생한 때에 보험계약자의 보험자에 대한 부채액을 가지고 보험수익자의 보험금청구권과 상계하는 구조여서 피보험자 동의 여부가 개입될 소지가 없다는 논리다.

반대로 최근에는 보험사들은 보험 계약 내용과 보험 대출 계약 내용을 피보험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험계약자는 피보험자의 생명을 보험에 붙여 그 사람이 사망하거나 다쳤을 때 자기나 남이 보험금을 받도록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험 가입 때 피보험자에게 자기의 생명·신체를 보험에 붙여도 좋다는 동의를 얻는게 필수인데 대출도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성광 손해사정사는 "보험사에서 피보험자의 보험 계약에 대한 권리가 명확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까지 피보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대출까지 인정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피보험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대출을 제한한다는 규정을 붙이는 것도 보험업계로선 나쁘지 않은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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