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시작된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 앞에서 부처 관계자들이 대기하다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2일 시작한 가운데 재계에서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매년 이어지는 ‘재벌 총수 망신주기’식 국감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갈등으로 가뜩이나 힘든 나날을 보내는 재계에서는 국감에 다시 발목이 잡힐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 여부다. 국회 정무위원회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들 두 재벌 총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부회장에게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이에 따른 경영권 승계에 대한 질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중동과 일본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반도체·디스플레이 공급처 다변화와 미래사업 발굴 등에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을 잇따라 방문해 현지 주요 인사들과 만나고 산업현장을 둘러봤다. 

지난달 20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럭비월드컵에 방문하기 위해 두달만에 일본을 다시 찾았다. 일본이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규제를 결정했을 당시 일본으로 방문한 이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방문에서 럭비월드컵 참관과 함께 현지 거래선 관계자들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추석 연휴가 시작한 15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삼성물산의 리야드 도심 지하철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났다. 최근 ‘탈석유’를 선언한 중동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는 삼성전자는 무함마드 왕세자와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에 대한 협력체계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과 함께 증인으로 신청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는 편법승계에 대해 물을 예정이다. 김승연 회장은 최근 대외활동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경영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달 23일 한화시스템과 한화테크윈 등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내실을 다지고 지속경영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이들 증인은 2일 정무위 국감에 소환되지 않았다. 조국 관련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해 30년만에 처음으로 ‘증인 없는 국감’이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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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사진=연합뉴스]

추혜선 의원은 이 부회장과 김 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추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삼성이 국민연금을 어떻게 동원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증인, 총수일가의 편법 승계의혹이 제기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갑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골프존의 김영찬 회장을 신청했지만 한 명도 채택이 안 됐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이렇게 파행적으로 증인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에 대해선 여당도 제1야당 한국당도,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도 책임이 막중하다. 반드시 오늘 중으로 증인 없는 국감이 되지 않도록 간사합의를 이뤄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도 이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증인 채택을 두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소재 국산화에 대해 물으려는 취지로 보인다. 

이밖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롯데푸드의 갑질과 관련된 지역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신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명수 의원실 관계자는 “개별 업체 문제로 불거졌지만 사건 본질은 롯데푸드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도저히 납품할 수 없는 가격을 강요했기 때문에 발생한 건”이라며 “롯데와 거래하는 다른 하청 업체들도 유사하게 고통 받고 있는 사안으로 국감에서 다룰 만한 이슈”라고 주장했다.

롯데그룹 측은 출석 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무에 따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거나 대리출석할 가능성도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환노위는 올해 국감에서 에너지·화학업계 관계자들을 대거 소환했다. [사진=환경부]

◇ 계열사 CEO도 국감장으로…갈 길 바쁜 에너지·화학업계는 두 국감장에

삼성과 한화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에서는 총수 외에 계열사 대표와 전문경영인들도 국감장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윤부근 삼성전자 CR담당 부회장과 함께 장인화 포스코 사장, 최선목 한화 사장, 홍순기 GS 사장, 이갑수 이마트 사장 등을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농해수위에서는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 저조한 것에 대한 추궁과 함께 기금 출연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내부 경영악화로 분위기가 침체된 에너지·화학업계는 두 국감장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문동준 금호석유화학 사장, 임병연 롯데케미칼 부사장, 김창범 한화케미칼 대표 등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오승민 LG화학 여수공장장, 박현철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장, 장갑종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장, 김형준 한화케미칼 여수공장장, 고승권 GS칼텍스 전무 등을 증인으로 부른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를 소환해 포털 여론 조작 등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다. 특히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검색어 조작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3대 이동통신사 대표, 낸시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와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도 증인으로 신청됐다.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는 망 사용료 역차별과 유료방송 합산규제, 5G 커버리지와 속도 등에 대한 질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재벌 총수들을 대상으로 한 ‘호통주기식 국감’이 줄었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기업인의 증인소환은 더 늘었다. 국회에 따르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요구를 받은 기업인은 17대 국회 52명에서 꾸준히 늘어나 20대 국회는 지난해까지 159명이 국감장에 섰다. 

특히 올해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질의로 거의 모든 상임위가 뜨거운 가운데 여·야간 증인 채택 여부에 대한 논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가 증인을 채택하더라도 모두 소환에 응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국감의 경우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할 경우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과거 많은 기업인들이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며 국감 출석을 피한 사례도 있다. 또 오너의 경우 실무자가 대리출석해 현안에 대해 답변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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