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이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KB증권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KB증권과 삼성증권이 주요 플레이어로 참가하면서 미래에셋대우 박현주 회장의 승리로 점쳐져온 게임의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본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에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애경그룹, 강성부펀드(KCGI),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4곳이 선정된 가운데 KB증권과 삼성증권이 주요 인수 후보 측의 자문사로 참가했다. 

삼성증권은 국내 최다 인수·합병(M&A) 자문 인력을 갖춘 회사로 애경그룹을 측면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아울러 KB증권도 KCGI의 인수금융에도 참여하겠다는 의향서(LOI)를 체결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에 당초 미래에셋 '단독 플레이'가 예상된 인수전 지형이 완전히 변했다. 

만약 KCGI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KB증권은 저금리 시대 4%대의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앞서 신한금융투자도 KCGI 측에 LOI를 제출했으나 막판에 뒤집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문사란 말 그대로 컨설팅 엮에 머무는 것이지만, 인수금융은 얘기가 다르다"며 "미래에셋에 비해 자금력이 딸리는 KCGI가 덩치를 키우면서 또다른 전략적 투자자(SI)가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 [사진=연합뉴스]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 [사진=연합뉴스]

반면 삼성증권을 등에 업은 애경그룹의 무기는 저가항공(LCC)을 운영해온 항공업계에서의 경험이다. 애경그룹은 이번 인수전에 참가하면서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예비후보 가운데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라고 자신했다. 같은 SI로 참가한 현대산업개발이 들으면 섭섭할 말이지만, 인수금융 부문 최강자 삼성증권이 본입찰에선 재무적 투자자(FI)로 변신할 가능성이 커 결국 초대형 IB간의 불꽃튀는 3파전이 된 모습이다.

앞서 지난달 예비입찰 당시 자금력 측면에서 가장 우위에 있는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승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매각주관사로 선정된 크레디트스위스(CS)가 '전략적 투자자는 물론 재무적 투자자의 참가의 길'을 열어놓으면서 게임의 룰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채권자인 산업은행이 흥행을 목적으로 게임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또 가능한 싼 가격에 아시아나를 인수하려 했던 미래에셋대우-현대산업개발의 작전에 차질이 벌어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룰은 매각주관사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채권자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또 이를 규제하는 법령도 없다"고 말했다. 또 이와 관련 미래에셋 관계자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가한 것이어서 본입찰에 앞서 진행되는 일련의 합종연횡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증권가는 기업 M&A전에선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 속내를 꺼내 놓는 순간 가격 협상에서 손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패를 다 보여버린 미래에셋 입장에선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불편한 상황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일 대우M&A 대표는 "지금은 선수가 모두 등장하지 않은 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삼성증권-애경그룹 컨소시엄은 굳혀진 것으로 보더라도 최종현 회장의 SK그룹이나 허창수 회장의 GS그룹이 KCGI와 손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