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중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진=고선호 기자]
김명중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진=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간 때문이야~ 피로는 간 때문이야~”

이보다 익숙한 의약품 CM송이 있을까. 6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굴지의 제약사 대웅제약의 일반의약품 ‘우루사’의 2010년대 키 메시지다. 모든 제약사들이 진중함만을 강조하던 시절, 전 국가대표 차두리 선수의 건강한 이미지를 내세운 대웅제약의 우루사 광고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친근한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큰 자극 없이 스며들었고, 부침을 겪던 우루사의 매출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간 때문’이라는 우루사의 메시지는 어느새 피로회복제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는 당시 대웅제약 광고팀의 핵심이었던 김명중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커뮤니케이션팀장이 있었다.

 

◇제약사 광고 미다스 손의 시작

[사진=고선호 기자]
[사진=고선호 기자]

23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바람 잘 날 없는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제약업계의 전초기지인 이곳에서 2010년대 제약사 광고의 새바람을 일으켰던 김 팀장을 만났다.

화려한 이력과는 달리 여타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의 모습은 네모난 안경과 단정한 머리가 수수함을 더했다.

대학시절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는 그는 의외로 건설업계 출신이었다.

사회초년생 시절, 리먼브라더스 사건 이후 최악의 건설경기 침체를 겪었다는 그는 다른 업계보다 광고의 파급력이 큰 제약업계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김명중 팀장은 “당시 건설업계 광고는 프루지오, 레미안 등 대형 브랜드 건설사들의 광고가 유행했다. 하지만 아무리 잘 만든 광고라도 업계 특성상 제대로 된 효과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업계는 달랐다. 잘 만든 광고 한 편이 회사를 살리기도 하고, 해당 제품의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제대로 된 ‘광고’가 될 수 있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제약사의 광고는 다른 업계와는 달리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일반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인 광고처럼 보이지만 해당 증세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표적성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여타 업계의 광고 특성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또 제품이 갖고 있는 특징, 즉 효능·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해당 품목에서 굴지의 입지를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치 대웅제약의 ‘우루사’처럼.

 

◇“간 때문이야~” 우루사의 재탄생

우루사 CF 방송화면 갈무리. [사진=대웅제약]
우루사 CF 방송화면 갈무리.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의 간판 제품인 우루사는 간 기능 장애에 의한 육체피로를 개선해주는 일반의약품이다.

이전까지는 대웅제약의 상징인 곰에서 착안한 ‘피로곰’을 전면에 내세워 피로 회복에 대한 효능·효과만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효과가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지속적인 성장도 잠시, 200억원대 매출에서 제자리걸음하기 시작했다. ‘특별함’이 필요해진 것이다.

당시 대웅제약의 광고 고안 과정에서 김 팀장은 ‘신선함’에 집중했다.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새로운 모델, 새로운 메시지, 새로운 타깃 층 등 모든 게 새로움에 집중됐다.

그는 “피로회복제라는 타이틀을 갖고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 중 육체 피로와 간, 그리고 우루사의 포지션을 잇는 연결고리를 찾아내며 키 메시지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단했다. 학술적인 정보보다는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더 쉽게, 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제품이 갖고 있는 특성을 간결하게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해보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광고를 통해 우루사는 연매출 350억원대를 달성하는 등 2배에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다. 이는 불과 2011년부터 2012년 1년새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흥행보증수표에서 제약업계 동반자로

그는 대웅제약 시절을 ‘제약사 광고 부흥의 시작’이라고 꼽았다. 얼핏 들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겠지만 이전까지 성분, 효능만 가득 채워놨던 여타 광고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무게감을 덜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제품에 스토리를 녹여냈다는 점에서 현재 제약 광고 트렌드의 시발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김 팀장은 “예전 제약사 광고를 보면 너무 어렵지 않나. 전문가가 아니면 알지도 못할 성분들을 나열하고, 또 그게 어디 어디에 좋고…. 소비자들이 선택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며 “조금 더 가볍게, 그러나 사실에 기반한 내용들로 채워 넣는 색다른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브랜드를 넘어선 ‘러브마크’를 만들어내는 광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에서 패권을 잡았다고 생각하면 놓기가 쉽지않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게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박카스의 경우처럼 그 시대에 맞게 새로운 옷을 입혀야한다”고 말했다.

 

“일반의약품 시장을 활성화 하는데 기여한 사람이었다고 기억되고 싶다….”

 

제약사 광고업계 현장에서 발로 뛰었던 그가 이제는 회원사들과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자리에 올라섰다.

이전과는 다른 진중함과 객관성을 가졌지만, 이전의 경험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자신을 대표하는 직위 중 ‘마케터’라는 표현을 정중히 사양했다. 현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광고 심의를 담당하는 본인의 직책에 대한 무게감을 거절로 대신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광고에 대한 그의 애정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광고를 위해 살았던, 앞으로 기업들과 광고를 위해 살아갈 ‘브랜딩 매니저’라는 정체성을 원한다는 그의 소망은 소박했다. 기억되는 것.

김 팀장은 “합리성을 갖고 규제만 하는 딱딱한 사람이 아니라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 광고에 대한 애정을 갖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그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광고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인터뷰의 끝을 미소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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