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국내 기업들이 최근 ‘탈석유’를 선언한 중동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에너지·화학·건설 등 기존 주력사업이 자리를 잡아가는 한편 전자사업과 5G, 인공지능(AI) 등 미래사업에서도 중동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삼성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건설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이 비(非) 전자부문 계열사 현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물산이 참여한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는 도심 전역에 지하철 6개 노선으로 총 168㎞를 건설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광역 대중교통 사업이다. 2013년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전 국왕의 왕명에 의해 시작됐다.

삼성물산은 FCC(스페인), Alstom(프랑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6개 노선 중 3개 노선의 시공을 맡고 있으며 2020년 준공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중동은 탈석유 프로젝트를 추구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며 중동 공략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이 때문에 앞으로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이 중동 국가들에서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주요 국가들이 탈석유와 함께 5G와 IT기술 등 미래사업 육성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들에게도 중동은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2월 UAE 사업 확대를 위해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UAE 공군 부총사령관과 만나 미래사업분야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또 6월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 5G와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이 부회장과 무함마드 왕세자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따낸 건설사가 설계·조달·시공을 모두 전담하는 수주 사업인 ‘EPC’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중동 진출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QLED 8K TV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TV들이 중동 공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갤럭시A80도 7월 중동 지역에 출시했다. 

올해 초에는 두바이에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를 열고 중동 소비자들에게 삼성전자 제품과 기술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세트 부문뿐 아니라 반도체 등 부품과 통신장비 역시 중동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모하메드 UAE 왕세제는 한국 방문 당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미래 기술을 살폈다. UAE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 국가들이 5G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삼성전자가 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LG전자가 2017년 두바이몰에 구축한 초대형 LED 사이니지. [사진=LG전자]
LG전자가 2017년 두바이몰에 구축한 초대형 LED 사이니지. [사진=LG전자]

LG역시 LG전자와 LG화학을 중심으로 중동에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2017년에 이란을 시작으로 중동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UAE 두바이와 이집트 카이로 등 중동 주요 대도시에 대형 사이니지를 설치하며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올해 7월에는 세계 최초로 아랍어 음성인식을 지원하는 AI TV를 출시해 중동 지역 맞춤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에너지·화학 기업인 LG화학에게 중동 지역은 반드시 필요한 시장이다. 특히 LG화학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집중관리 품목 159개 가운데 화학품목이 40여개로 가장 많아 단기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LG화학은 수출규제가 장기화 될 경우 일본이 아닌 대체 수입처로 미국과 중국, 중동 등에서 원료를 수급해야 한다. 

에너지·화학 계열사를 다수 보유한 SK에게도 중동은 중요한 시장이다. SK이노베이션과 에너지, 종합화학 등 에너지·화학기업들 뿐 아니라 건설사까지 보유하고 있어 중동 시장은 중요한 텃밭이다. SK건설은 올 상반기 중동 지역 건설 수주 1억7000만 달러로 국내 건설사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물량을 따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중동 카헤일링 기업 카림에 차량 5000대를 공급하는 등 중동 지역에 차량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또 올해 6월에는 사우디 아람코와 수소에너지 확산을 위해 협력하는 등 중동 지역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이밖에 두산중공업은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6월에는 UAE 바라카원전 수주를 따내 한국 원전사업 사상 첫 수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중동 공략이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 더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안요소도 따를 것으로 보인다. 16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시설 두 곳이 예멘 반군의 드론에 폭격을 맞아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상승과 원유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 에너지·화학업계 타격이 불파기할 전망이다. 

국제유가 변동과 내부 정세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화학기업은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재료 공급에 어려움을 빚을 수 있고 건설사들은 유가가 하락하면 수주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전자·통신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중동 지역에 사업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에 탈석유 움직임이 커지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기회가 열리고 있다. ICT분야뿐 아니라 유통과 자동차, 물류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중동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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