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할리우드 웰메이드 공포 영화 ‘그것2’가 추석 개봉작이 쏟아지며 하루 만에 4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4일 개봉 후 일주일 넘게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며 선전했지만 공포 장르의 견고한 벽은 부수지 못했다. 여기에 누적관객수만 따지면 이미 한국 공포 영화가 훌쩍 앞선 상황이다.

실제 ‘그것2’는 개봉 8일차 48만8550명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변신’이 107만명이라는 누적관객수를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혹평 속에 최종 스코어 160만명으로 막을 내렸지만 개봉 후 4일 만에 114만명을 끌어 모은 ‘사자’도 있다.

하지만 최근 냉정해진 관객들은 누적관객수로만 공포영화를 평가하지 않는다. ‘그것2’의 전작 ‘그것’이 한국 영화팬들에 최고의 공포영화 중 한편으로 기억된 것처럼 말이다.

인물‧스토리‧특수효과 등 영화의 전반적인 만듦새에서 ‘그것2’ 또한 최근 한국 공포 영화들과 분명 차이가 있다.

영화 ‘그것2’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그것2’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장르를 뛰어넘은 매력 vs 장르에 발목잡힌 영화= 2017년 개봉한 ‘그것’에는 공포영화라는 장르와 함께 별명이 하나 붙었다. 바로 성장영화다.

주인공인 루저클럽의 일곱 멤버는 각기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이들은 멤버 중 한명인 빌의 동생 조지를 찾기 위해 여름방학동안 여행에 나서고, 가장 무서워하는 모습으로 아이들을 꾀어내 잡아먹는 광대 페니 와이즈에 맞서 싸우며 성장한다.

이는 ‘그것2’에서도 다르지 않다. 루저클럽은 27년 후 다시 나타난 페니 와이즈에 맞서 싸우며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한 내면의 두려움과 맞닥뜨린다. 각자 두려움을 이겨낸 그들은 페니 와이즈를 한낱 겁쟁이 광대로 만들며 완전히 소멸시키게 된다.

관객은 트라우마를 이겨낸 주인공에 감정이입해 후련한 마음을 느끼거나 자신도 두려움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무서움을 참아냈다는 단순 성취를 넘어서 극장을 나가서도 적용 가능한 감동을 얻은 것이다.

영화 ‘변신’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변신’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반면 ‘변신’이나 ‘사자’에는 ‘악이기 때문에 무찌른다’는 공식 외에 장르를 넘어서는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마귀를 사람에게서 쫓아내는 구마 의식과 함께 가톨릭 신부님이 주된 소재로 사용되는 두 영화에서 관객은 상상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장면들을 마주하게 된다. 기도문을 거꾸로 외우는 악마, 피 흘리며 울부짖는 피해자, 동물들의 시체, 세로로 찢어진 눈 등은 마귀의 이름으로 구현된 대중의 시각적 두려움을 잘 구현했다.

문제는 구마 의식이 끝난 이후다. 마귀가 완전히 쫓겨나길 바라며 스크린에 집중하던 관객들은 일단 의식이 정리된 후에는 갑자기 풀린 긴장감에 탈력감을 느낀다. 이후 극장 밖으로 나왔을 때는 “무서웠다”나 “안 무서웠다” 등 단편적인 인상만 머릿속에 잔뜩 남게 된다.

사건 발단 단계에서 특이점은 있다. ‘변신’은 가장 친밀한 사이라 생각했던 가족이 악마로 변하는 모습으로 공포를 자극하고, ‘사자’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상처받았던 청년의 치유과정을 그린다.

다만 인물이나 상황은 그저 설정일 뿐, 관객을 감동으로 끌어오는 힘은 갖추지 못했다. ‘사자’는 유년기를 돌아보는 과정이 너무 길어 전반부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그것2’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그것2’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알고도 놀라는 ‘그것2’ vs 스토리 전개 부실 ‘변신’‧‘사자’= 공포영화를 보면 의외로 ‘공식’이 숨어있는 순간이 많다. 주인공이 눈을 감고 있다던가, 갑자기 음향이 사라진다던가, 아무것도 없는 배경을 카메라가 한번 비추는 등. 이런 장면 뒤에는 반드시 무서운 장면이 온다.

‘그것2’도 공포영화 공식에 해당하는 장면이 꽤 많다. 다만 관객이 비슷한 장면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해도 놀라지 않기는 어렵다. 의외성 때문이다.

주인공의 트라우마로 어떤 일이 나올지는 예상되지만, 마지막 한순간에 꼭 관객의 추리를 빗나간 작은 반전이 하나씩 숨어있다. 반전은 행동이 될 수도 있고, 페니 와이즈나 각 인물이 가진 트라우마의 모습의 변형이나 상황 변화 등으로 각기 다르게 펼쳐진다.

작은 반전은 영화의 중심 내용은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다음 장면의 설렘 혹은 떨림을 증폭시켜 관객이 스토리에 보다 집중하게 만든다.

영화 ‘변신’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변신’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안타까운 것은 ‘변신’이나 ‘사자’는 대부분의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도, 결정적으로 몇가지가 부족해 아쉽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변신’은 성동일‧장영남이라는 두 걸출한 배우를 앞세워 가족의 모습을 한 악마의 모습으로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둘째 딸 방에 들어가 이불을 들추는 아빠나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으며 식탁을 뒤집어 놓는 엄마를 실제 겪는다고 생각하면 머리털이 곤두선다.

영화에 힘이 빠지는 것은 둘째딸의 갑작스런 죽음부터다. 이후 필리핀에서 온 저명한 사제 또한 구마 의식을 치르기 위해 한국에 입국했다 마귀에게 당해 허무하게 죽고 만다. 전조도 없이 벌어진 두 사람의 죽음은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스토리를 정리한 것으로 보일 정도다.

마귀를 잡기 위해 삼촌이자 구마 사제인 중수가 희생양을 자처하지만 그의 숭고한 죽음도 남은 가족이 ‘왜, 살아남았는가?’라는 질문 앞에 맞서면 이유가 없어 답답할 뿐이다. 공포에는 분명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영화 ‘사자’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사자’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자’의 시작점은 격투기 챔피언 용후의 손바닥에 갑작스럽게 상처가 생기고 거기서 악마를 쫓을 수 있는 성혈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후 조력자 안신부, 악마를 부르는 지신 등이 등장해 구마 의식과 귀신 씌우기를 반복하며 용후는 점점 신앙을 회복해간다.

다만 ‘사자’는 영화의 줄거리가 사건의 ‘발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것2’와 같은 작은 반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악마가 수세에 몰리니 더 큰 귀신을 내어 사건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용후와 안신부의 신뢰 관계가 보다 단단해지는 ‘패턴’이 형성된다.

옷감 중에는 한가지 패턴을 반복하는 원단이 있다. 패턴의 속성은 같은 것의 연속이기에 해당 원단은 안정적으로 보이는 대신, 한편으로 긴장도 흥미도 떨어져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그것2’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그것2’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화려한 배우진 vs 민망한 특수효과= ‘그것2’는 개봉날 한미 박스오피스 1위의 기염을 토했다. 특히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오프닝만으로 91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공포영화 오프닝 2위, 역대 9월 개봉영화 2위의 성적을 거두며 앞으로 흥행 몰이를 기대하게 했다.

‘그것2’ 제작비는 6000~7000만달러로 전편의 3500만달러에 비해 2배가 증가했으나 제작비 회수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전편 보다 길어진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몰입도 높은 전개와 전편과 높은 싱크로율을 선보인 배우들의 활약으로 공포는 물론이고 액션‧로맨스‧감동까지 함께한다는 평이 높다.

제임스 맥어보이와 제시카 차스테인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를 기용해 제작비도 올랐지만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어 전편보다 흥행할 것이란 반응이 우세하다. 전편인 ‘그것’은 전 세계 수익으로 제작비의 20배에 달하는 7억달러(8251억원)를 기록한 바 있다.

전 세계 영화산업을 주름잡는 할리우드와 한국영화의 제작비를 비교하는 것은 어쩌면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사자’와 ‘변신’에 아쉬운 점이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영화 ‘사자’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사자’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자’는 종반부에 등장하는 용후의 불주먹과 지신의 뱀 슈트를 빼놓기 힘들다. 심각한 표정에 과한 불주먹은 관객을 당황케 했고, 지신의 신체를 강화하기 위해 특수제작한 실리콘 슈트는 힘없는 살덩이로 보였다.

정말 중요한 장면에서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노리고 사용한 특수효과였다면 좀더 심혈을 기울였어야 했다. 마지막 거대한 한방으로 앞서 공들인 특수효과들은 빛을 잃었다.

‘변신’은 옆집 마당부터 시작해 집안 가득 걸려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동물 사체 등 실제로 만든 미술 소품의 묘사와 유리를 밟고 지나가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다만 종반부 중수의 희생 장면 CG활용이 다소 어색해 아쉬웠다.

영화계 관계자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배울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영화인들도 관객들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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