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 것은 지난달 금리인하를 단행한 점을 고려해 경기흐름을 좀 더 지켜보고 향후 행보를 정하려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리기는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0월∼2009년 2월 이후 연속 금리인하는 없었다.

지난달 금리인하는 시장의 예상(8월 인하)보다 한발 앞선 조치로 여겨졌다. 선제적으로 내린 만큼, 일단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의 결정에 중요한 판단 요소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도 동결 배경으로 꼽힌다.

한은은 최근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하반기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되는 점도 고려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7월 금리인하의 효과를 우선 확인해야 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이 성장세 둔화를 완충할 수 있는지를 보려 할 것"이라며 "3분기에도 성장세가 가시적으로 둔화하는지를 확인한 후에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앞서가고 있는데 7월에 이어 이달 또 금리를 내리면 시장의 인하 기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며 "한은으로선 그런 결과를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7월 전망 때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5%도 낙관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10∼11월께 금리인하 후 내년 상반기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0월 16일로 예정된 다음 회의에선 한은이 금리를 다시 내릴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경제성장률 하락과 낮은 물가상승률 등이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직접적 요인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물가상승률은 7개월째 0%대다.

자칫 저성장·저물가가 심해져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가 커지면 한은은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관세 보복전'으로 비화할 경우 대외 불확실성이 한층 증폭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할 수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수출이 실질적인 타격을 입거나, 홍콩 사태가 극단적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한은으로선 이같은 요인들을 두루 고려해 10월에 추가 인하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금리가 이미 낮은 수준이라 추가 인하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미리 내리면 막상 '위기'가 현실화했을 때 쓸 카드가 없다는 측면도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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