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통계청 2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 브리핑에서 한 참석자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통계청 2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 브리핑에서 한 참석자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으로 작년부터 가계 빚 증가속도가 줄어든 가운데 2분기 들어서도 완만한 증가세가 유지됐다. 다만 가계 빚 증가속도가 소득 증가속도보다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부동산 투자심리가 식지 않는다면 가계 빚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된다.

올해 2분기에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 감소가 1년 반 만에 멈췄다. 반면에 소득 상위 20%(5분위)의 소득은 증가세로 전환해 2분기 소득분배지표는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나빠졌다.

22일 통계청은 '2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를, 한국은행은 '2019년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각각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8.0%) 감소세로 돌아선 1분위 소득은 지난해 2분기(-7.6%), 3분기(-7.0%), 4분기(-17.7%), 올해 1분기(-2.5%)까지 5분기 연속 감소했었다.

1분위 근로소득은 15.3% 줄어 지난해 2분기(-15.9%)와 비슷했지만, 사업소득은 15.8% 증가해 지난해 2분기(-21.0%)와 다르게 증가세로 전환했고 이전소득(9.7%)도 늘었다.

반면에, 5분위 명목소득은 월평균 942만6000원으로 3.2% 늘어 1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근로소득이 4.0% 늘어나면서 증가세를 이끌었다.

차하위 계층인 소득 하위 20∼40%(2분위), 중간 계층인 소득 상위 40∼60%(3분위), 차상위 계층인 소득 상위 20∼40%(4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1년 전보다 각각 4.0%, 6.4%, 4.0%씩 늘어 전체 가계의 명목소득 증가율(3.8%)을 상회했다.

[사진=통계청]
[사진=통계청]

2분기 전체 가계의 명목 처분가능소득은 2.7% 증가해 2015년 2분기(3.1%) 이후 최대폭 늘었다. 앞선 1분기에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2009년 3분기(-0.7%) 이후 처음 줄었다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다만,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1.3% 줄어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째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사회보장부담금, 이자비용,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소비 지출할 수 있는 부분을 의미한다.

1분위 가계의 소득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았지만, 5분위 가계의 소득은 근로소득에 힘입어 증가세로 돌아서 상·하위 가계의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소득분배 상황은 2003년 소득분배지표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악화했다.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은 5.30배로 1년 전(5.23배)보다 0.07배포인트(p) 상승해 같은 분기 기준 2003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시장소득 기준 5분위 배율 9.07배에 비해서는 3.77배p 개선돼 정책효과도 2분기 기준으로는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2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2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2분기에 1분위 가구의 소득이 감소세를 멈췄지만 뚜렷이 증가하지는 않은 반면, 5분위 가구의 소득은 근로소득 증가에 힘입어 늘어나 상·하위 가계 간 소득격차가 확대되면서 5분위 배율이 통계작성 이래 가장 안 좋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6월 말 가계빚은 1556조원에 달했지만 증가속도는 둔화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의 '2019년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보면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3월 말보다 16조2000억원(1.1%) 증가한 155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은행이나 보험사, 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가계부채를 의미한다.

2분기 증가폭은 작년 동기(24조1000억원)보다는 작지만 올해 1분기(3조2000억원)보다는 크게 늘어났다.

가계대출 및 판매신용 증감액 [사진=한국은행]
가계대출 및 판매신용 증감액 [사진=한국은행]

서유정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가계신용 증가 규모가 작년 동기 대비 줄어들었지만, 전기 대비는 증가해 지난해 2분기부터 계속된 (전년동기비) 증감률 급락세가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2분기 가계신용의 작년 동기 대비 증감률은 4.3%다. 2004년 3분기(4.1%) 이후 1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서유정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이 '2019년 24분기 중 가계 신용'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서유정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이 '2019년 24분기 중 가계 신용'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가계신용 증감률은 금리하락과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 여파로 2015년(10.9%), 2016년(11.6%), 2017년(8.1%) 폭증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대출 억제 및 부동산 시장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작년 2분기 7.5%에서 3분기 6.7%, 4분기 5.9%, 올해 1분기 4.9%로 하락세를 보여왔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둔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소득보다는 빠르게 늘고 있다.

1분기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1.2%, 순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3.6%에 머물러 가계신용 증가율(4.3%)에 못 미쳤다.

1분기에 비해 가계 빚 증가폭이 많이 늘어난 점도 다소 우려되는 지점이다.

과거 분양된 아파트 입주 물량에 따른 집단대출이 증가했고 전세자금대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은행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가계대출이 늘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가계신용 잔액 및 증감율 [사진=한국은행]
가계신용 잔액 및 증감율 [사진=한국은행]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은 집단대출로 전환될 때까지 2∼3년의 기간이 소요되기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요인이 된다.

대출금리가 하락한 데다 2분기 들어 서울 지역 주택가격이 오르는 점 역시 향후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할 수 있는 요인이다.

서유정 금융통계팀장은 "부동산 투자 심리가 하반기에 어떻게 이어질지가 가계대출 견인을 좌우할 것"이라며 "다만 정부의 부동산 관리대책과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은 가계대출 축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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