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만찬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만찬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지난달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주요 소재 3종(초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아미드)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실시한데 이어 2일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우대국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전략물자들 중 상당수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것들로 알려져 관련 업계는 초긴장상태다. 

그런데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는 일본의 강경대응 못지않게 미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중재자로서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아닌 대만 반도체와 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의 TSMC를 맹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날벼락을 맞을 수 있다. 

6일 반도체 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일본이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에 대해 수출을 규제하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이들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는 애플, 퀄컴 등 IT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반도체 수급 안정을 위해 미국 정부가 중재에 나설 수 있으나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이번 일을 기회 삼아 대만 반도체 기업과 손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지난달 14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이례적으로 미국을 방문한 것을 언급했다. 

미국 정부는 1979년 중국과 수교를 맺은 이후 대만과 단교를 선언했다. 미국은 대만의 안보 보장을 위해 무기와 방위공약 등은 제공하고 있으나 그동안 암암리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국방부가 전략 보고서를 통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면서 중국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대만이 지난달 초 22억 상당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면서 중국 역시 대만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대만 챙기기’가 계속되면서 대만의 경제력을 키우기 위해 미국이 나서서 반도체 기업들을 챙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만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TSMC는 파운드리 점유율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최근 극자외선(EUV) 공정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TSMC는 올해 110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해 EUV 공정을 강화한다. 특히 이 중 80%를 초미세공정에 투자해 대규모 생산라인을 짓고 약 3000명의 인력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TSMC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국뿐 아니라 화웨이를 견제하는데 유용할 수도 있다. 현재 화웨이 산하의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인 하이실리콘은 TSMC를 통해 위탁생산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TSMC의 고객사로 유치된다면 하이실리콘과의 거래를 끊도록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TSMC가 파운드리 점유율은 세계 1위지만 기술 수준으로 삼성전자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반도체 부품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TSMC가 점유율은 세계 1위를 지키지만 품질은 삼성전자에 뒤처진다”며 “TSMC가 EUV 공정을 확대하고 있어도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을 극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의 수출제재로 생산에 타격을 입을 경우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은 더욱 낮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이 이번 조치를 시행하기에 앞서 미국과 충분한 상의가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미국의 중재를 바라고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미일동맹이 굳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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